전지현·전도연·엄정화·한효주 탄탄한 연기력 바탕 흥행 주도

올여름 극장가의 키워드는 ‘우먼 파워’다. 할리우드 외화에 밀려 상반기 부진의 늪에 빠졌던 한국 영화가 7월부터 점유율이 크게 상승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그 중심에는 한동안 충무로에서 ‘주변인’으로 분류되던 여배우들이 있어 반갑다.

15일 1000만 관객 돌파가 유력한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의 주연배우로 포스터와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이는 전지현(왼쪽 사진)이다. 최 감독은 전작인 ‘도둑들’에서 호흡을 맞췄던 전지현에게 독립투사 안옥윤 역을 맡겼고, 그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1인 2역까지 소화하며 이정재, 하정우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13일에는 배우 전도연(가운데), 엄정화, 이정현이 각각 주연을 맡은 ‘협녀:칼의 기억’(감독 박흥식)과 ‘미쓰 와이프’(감독 강효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감독 안국진)가 나란히 개봉된다. 제목에서부터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임을 알 수 있는 이 영화들의 타이틀 롤을 맡은 세 여배우는 무협, 코믹, 잔혹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관객들의 선택권을 넓혔다. 게다가 한 주 후인 20일에는 배우 한효주(오른쪽)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감독)가 관객과 만난다.

한 해 중 극장가 최성수기로 분류되는 7, 8월에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가 주류를 이룬 건 실로 오랜만이다. 지난해에는 ‘명량’ ‘군도’ ‘해적’ 등이 개봉돼 3000만 관객을 합작했지만 여배우 중에서는 손예진 정도만이 이름값을 했다. 2013년 여름 성수기를 장악한 ‘설국열차’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여배우의 활약은 미미했다. 그러나 올해는 여배우들이 역량을 뽐낼 수 있는 작품이 다수 소개되며 그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낮다. ‘암살’이 큰 성공을 거뒀지만 전지현 혼자의 힘이라기보다는 이정재, 하정우, 오달수 등 멀티캐스팅의 승리라는 분석이 많다. ‘원톱(one-top)’ 주연으로서 여배우들의 무게감이 최민식,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 등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연기력이나 티켓파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을 중심에 세운 영화 제작이 더딘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도연은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좋은 기획이 많지 않다는 것은 내가 줄곧 해왔던 이야기”라며 “몇몇 여배우가 아니라 충무로 모두가 같이 고민하고 극복해 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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