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잠실 올림픽대로에서 팔당호 쪽으로 뻗어있는 6번 국도에서 ‘자전거 국토순례’ 팀을 만났다. 국민생활체육회(국체회)가 주최하고 국민생활체육전국자전거연합회(자전거연합회)가 주관하는 자전거 국토순례는 올해로 3년째다.
자전거연합회가 방학 중 체험 프로그램으로 연간 3회씩 실시하고 있다. 이번이 올해 두 번째 프로그램이다.
잠실운동장에서 출발해 가평을 거쳐 강원 화천을 돌아오는 4박 5일간의 코스에 52명이 참가했다. 운영요원 10명까지 더해 62명의 국토순례팀은 2열 종대로 바람을 갈랐다.
5일간 학생들이 도전하는 거리는 무려 328㎞에 이른다. 하루에 약 65㎞씩 이동해 화천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다. 거리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신체 건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10~24세의 청소년으로 나이를 제한했으며, 18세 미만이 홀로 참가할 경우엔 반드시 보호자의 승낙을 받도록 했다.
자전거연합회는 안전사고에 대비해 참가자 전원에 대해 스포츠안전재단의 보험에 가입하고 낙오자가 발생할 경우 자전거 회수에 쓸 차량과 응급구조시스템을 마련했다.
학생들과 똑같이 유니폼을 입고 참가한 황규일(52) 자전거연합회 사무처장은 “도로 위에서 단체로 움직이는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항상 대열의 후미에 차량이 대기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및 경찰과 협조해 응급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자전거만 타는 건 아니다. 자연환경 보호, 역사 유적지 탐방,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하고 있다. 이번엔 국토순례 3일 차 오후에 수상 레포츠 체험이 포함됐다. 분단의 상징인 DMZ 안에서 자전거 국토순례를 하는 건 청소년에겐 의미 깊은 일이다.
아버지 설관종(47) 씨와 함께 참가한 인재(12)-지용(10) 형제는 라이딩 ‘경력’이 3년이 넘는다. 아버지가 5년 전부터 경기 부천 집에서 인근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실력과 체력이 아버지를 뺨친다. 지난해에는 서울~부산 간 560㎞ 국토순례 코스에 참여해 완주했다.
인재 군은 “국토순례가 힘들지만 마치고 나면 기분이 좋다”며 “공부보다 자전거가 좋다. 가능하면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 지용 군의 꿈도 서서히 자전거 프로 선수로 바뀌어 가고 있다. 지용 군은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친 적도 있지만 무섭지 않다”며 “도로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라이딩할 때가 가장 즐겁고 재미있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수원에서 온 자전거 동호회 ‘패프(패밀리 & 프렌드)’는 자전거 국토순례의 단골손님이다. 매번 ‘부모-자녀’ 회원들이 단체로 라이딩에 도전하고 있다. 이승섭(45) 패프 대표는 “이번에 딸을 포함해 20여 명이 참가했다. 가족 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고 심신을 단련하는 데는 자전거 국토순례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자전거연합회가 지난 7월 말 실시한 1차 국토순례에도 많은 학생들이 참가해 구슬땀을 흘렸다. 강원 7번 국도를 따라 고성 통일전망대를 돌아오는 600㎞ 코스였다. 3차는 서울~부산 간 560㎞를 달리는 7박 8일 코스로 마련돼 있다. 자전거연합회는 완주한 학생들에게 완주증을 수여해 동기부여를 할 계획이다.
동생과 함께 이번 국토순례에 참가한 여고생 송채원(16) 양은 “처음 자전거 국토순례에 도전했을 때는 중도에 포기할 뻔했다. 그러나 힘든 것을 참고 견디면 어느 순간 내 실력이 부쩍 늘어나 있는 걸 느낀다. 체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데 자전거만 한 운동이 없는 것 같다. 한 번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웃었다.
남양주 =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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