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는 장점이 많다. 그중 동료 투어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역시 퍼팅이다. 박인비에겐 ‘퍼귀(퍼팅귀신)’ ‘퍼팅여왕’ ‘컴퓨터 퍼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퍼팅 고수들은 하나같이 선천적인 감각을 ‘비결’로 꼽는데, 박인비 역시 감각을 타고 난 것 같다.

박인비는 “사람들이 내게 특별한 퍼팅 비결을 묻는데 그저 감(感)을 믿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퍼팅은 중간의 실수를 만회하기도 하고 망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고 이를 잊지 않았다. 박인비는 LPGA투어 퍼팅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파온(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는 홀당 1.73개로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즌 초엔 1.701개까지 낮추기도 했다. 슬럼프에 빠졌던 2010년에도 1.73개였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 부문 1위를 달렸을 만큼 뛰어나다. 퍼트가 안정되니 버디도 많아지고, 평균 타수가 좋아진다.

박인비는 퍼팅의 ‘기본’에 충실하다. 어드레스 때 양발은 11자로 벌린다. 어깨는 목표와 평행을 이루고, 그립을 잡는 힘은 최고 10이라면 3 정도로 잡아 스트로크 때 당기거나 미는 힘을 최소화한다. 스트로크 때는 왼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퍼터를 최대한 지면에 가까이함으로써 볼이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좀 더 길게 굴러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인비의 퍼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좀처럼 퍼터를 바꾸지 않았던 박인비는 지난 4월 노스 텍사스 슛아웃대회를 앞두고 투볼 퍼터를 우연히 집어들었다. 그런데 느낌이 좋았다. 박인비는 “딱 서기만 하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지 투볼 퍼터로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뒤 잠시 퍼트가 잘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계속 들고 다녔다. 박인비는 “남편이 ‘이 퍼터로 역사를 쓸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이 퍼터로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건 상상도 못했다”며 “그런데 최근 2년간의 퍼트 중 가장 잘된 신들린 퍼트였고 마지막 날에는 신기하게도 그린에 서면 퍼트가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넣어야 한다가 아니라 퍼터 헤드만 제자리에 가져다 놓겠다는 생각을 하면 긴장감을 덜 수 있고, 실패할 확률도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퍼팅의 강점은 자신의 스코어는 물론 경쟁자를 더욱 긴장하게 하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세계적인 교습가 하비 페닉은 저서 ‘리틀레드북’에서 “퍼팅 성공은 자신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는 최강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제주 =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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