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중순이면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7월 11일부터 몽골 최대의 축제인 ‘나담(Naadam) 축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나담은 몽골어로 놀이라는 뜻으로, 매년 7월 한 달 동안 21개의 아이막(우리의 도에 해당)별로 날짜를 달리해 개최되지만,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되는 나담 축제가 최대 규모이다.
비록 나담 축제가 공식적으로는 7월 11일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나담 축제 개회식 및 나담 경기 티켓이 판매되는 7월 6일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이 티켓을 사기 위해 판매소 앞에는 그 전날부터 긴 줄이 만들어진다. 티켓이 매진되면 암표상이 극성을 부린다. 정상 가격이 1만6000투그리크인 티켓이 12만 투그리크 이상까지 올라간다.
이 축제기간을 전후해서 울란바토르 시내에 숫자들로 가득한 플래카드들이 나부끼는데, 올해 숫자들은 몽골 민족 기원 2224주년, 칭기즈칸의 대몽골제국 건국 809주년, 몽골 독립혁명 94주년임을 나타낸다. 나담 축제가 몽골의 독립과 주권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와 민속놀이를 계승하는 축제이고, 동시에 몽골 민족으로서 일체감을 공유하는 국가 주요 행사임을 의미한다.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나담 축제의 정식 명칭은 ‘남성 3종 경기’라는 뜻의 ‘에링 고르방 나담(Eriin Gurvan Naadam)’이다. 그 이름답게 말달리기, 활쏘기, 씨름의 3가지 경기가 진행된다. 나담 축제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들이 있었지만, 현재와 같은 형태로 통합돼 일원화된 것은 1921년 몽골 독립 이후라고 한다.
나담 축제는 7월 11일 개회식에서 9개의 흰색 깃발이 게양된 이후 대통령의 개회사와 함께 시작된다. 9개의 흰색 깃발은 평소에는 정부청사에 보관되다가 나라의 큰 행사인 나담 축제나 중요한 국가 의례 때에 국민 가운데 옮겨 놓는 전통을 지켜 나가고 있다. 개막식 직전에 정부청사에서 나담 중앙경기장으로 옮겨져서 나담 축제기간 내내 게양되며, 폐회식 후에는 다시 정부청사에 보관된다.
개회식과 씨름, 활쏘기가 개최되는 나담 중앙경기장 주변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데, 호쇼르(튀김만두)와 셔를럭(고기 꼬치구이)을 파는 매장들이 단연 인기이다. 한국에서 설날에 떡국을 먹고, 추석에 송편을 먹는 것처럼 몽골인들은 설날인 차강사르에는 보츠(찐만두)를 먹고, 나담 축제 때는 호쇼르를 먹는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말달리기이다. 말달리기는 말의 나이에 따라 6종류로 나뉘는데, 올해는 전국에서 1200마리 이상의 말이 참가했다. 말타기를 즐기는 몽골인들은 말의 땀을 손에 문지르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이 있어 우승한 말이 결승선을 통과하면 이 말의 땀을 닦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활쏘기는 남녀 모두 참가가 가능한 경기인데 남자는 75m, 여자는 65m 거리에서 각각 40발을 쏴서 과녁을 맞히게 된다. 올해는 부부 궁사가 각각 남자부와 여자부 시합에서 우승해서 화제가 되었다. 과거에 여자들은 활쏘기에 참가할 수 없었지만 10여 년 전부터 참가가 가능해졌는데, 올해는 90명의 여자 선수가 참가했다.
한국, 일본과는 달리 몽골 씨름 선수들은 가죽이나 헝겊으로 만든 조끼를 입고 가죽 장화를 신고, 서서 경기를 한다. 손을 제외한 신체 부위가 먼저 땅에 닿으면 패배하게 된다. 승자는 손을 벌리고 춤을 추며, 패자는 승자의 팔 밑으로 한 바퀴 돌아 복종을 표시한다. 전국에서 512명이 참가해 토너먼트로 시합을 해서 9번을 승리한 선수가 그 해의 우승자가 된다. 올해 우승자는 22세였는데, 사상 2번째로 어린 선수여서 많은 몽골인의 환호를 받았다.
나담 경기는 몽골인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수렵과 목축을 하면서 살았던 몽골인의 삶에서 말타기와 활쏘기는 가장 중요한 생산 수단이었다. 씨름도 마찬가지다. 혹독한 자연환경은 그 자체로 몽골인들에게 시련이었다. 여기서는 강인한 정신력과 튼튼한 체력을 갖춘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담 경기는 이처럼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놀이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특히 올해 나담 축제는 우리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더했다. 한·몽 수교 25주년을 맞이해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가 7월 16일 울란바토르를 방문하여 초원에서 씨름, 활쏘기, 말달리기 등 미니 나담 축제를 체험하면서 문화교류 행사를 가졌다. 이를 통해 양국이 오랜 역사를 공유하면서 서로 흡사한 민속놀이를 발전시키고 즐겼으며, 정서적으로도 특별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 형제의 나라임을 재차 실감할 수 있었다.
필자는 나담 축제 개회식에 참석해 약 2000명의 몽골인이 보여주는 갖가지 공연을 관람하면서 나담 축제의 뜨거운 열기를 느꼈으며, 또한 유라시아 친선특급 원정대에 합류하여 몽골인들과 한데 어울려 양국 간 문화적 유사성도 체험할 수 있었다. 몽골인들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면서, 2016년 7월 11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오송(53) △서울대 외교학과 졸 △제19회 외무고시 △주인도네시아 공사참사관 △동북아역사재단 파견(정책기획실장) △주캐나다 공사 △주몽골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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