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통해 거듭 확인된다. 올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1%) 이후 최저치다. 올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나 감소했다. 성장을 견인하던 주요 산업 분야의 올 상반기 수출 실적과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을 비교해 보면 가전이 -17.9%, 자동차 -6.4%, 철강 -7.2%, 석유화학 -19.0%, 석유제품 -36.1%다. 당연히 해당 분야 대기업 실적도 부진해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하면 각각 10.29%와 17.86% 줄었고 현대차도 각각 1.4%와 17.1%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미래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11∼2020년 연평균 3.4%에서 2031∼2035년에는 1.6%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노동개혁을 포함, 4대 개혁을 강조한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내용 면에서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박 대통령은 ‘경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말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빠져있음을 인정했다. 공공부문 개혁을 앞세워 솔선수범의 자세를 보이면서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층을 개혁의 우군으로 끌어들인 것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노동개혁을 벤치마킹한 것으로도 읽히지만 우리 현실에 비춰서도 적절한 접근 방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기성세대와 노사, 대기업과 고임금 정규직에 양보와 타협을 당부하는 등 국민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둔 것은, 여전히 개혁의 ‘지휘’보다 ‘지시’로 비치지만 국민과 함께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6일 담화에 이어 7일 ROTC중앙회 대표단과의 대화, 10일 수석비서관 회의 등을 통해 청년고용 확대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강력한 추진 의지로 읽고 싶다. 최근까지 경제회복을 이야기하면서 대대적 사정을 주문하는 등 상반된 메시지로 국정 신뢰도를 스스로 훼손시켜 왔음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천과 성과다. 소통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주도하고, 그 공감대를 사회적 압력 삼아 노사와 기성세대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한다. 사실 노동개혁은 국회라는 프로세스를 거치기 어려운 사안이다. 선진국들이 노사정위원회라는 틀을 도입한 것도 노사 간 이해관계가 정치쟁점화되면 더욱 해결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개혁은 국회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해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리더십을 입증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적 지지를 얻어내는 것과 달리 노사 이해관계에 대한 공감 형성은 결코 지역 정서나 정치적 성향에 기댈 수 없다. 진정성을 갖고 노동개혁이 결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을 설득해 내야 비로소 공감이 형성된다. 이는 그럴듯한 발언과 메시지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천막 당사를 차리던 그때의 심정으로, 더러는 정치적 쇼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도 기꺼이 치러야 한다. 기업과 야당에 호소하는 것은 기본이다. 노사정위원회 회의장은 물론 한국노총을 직접 방문하는 모습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새누리당도 여당답게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이끌어가는 정당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거리를 노동개혁의 필연성을 알리는 플래카드로 뒤덮든,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든 국민이 ‘노동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파탄 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노동개혁의 추진이 600만 표를 잃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개혁 실패는 내년 총선 패배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정부의 실패와 정권교체로 귀결될 수 있다. 동시에 김 대표를 포함해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권 후보는 물론 모든 대권 시나리오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이대로 가면 망하고 정권을 내주든지, 정권교체가 되고 망하든지 둘 중에 한 가지 경우밖에 없다.” 김영삼정부가 ‘경제 망친 정권’ 오명을 쓰고 정권을 내줄 때를 기억하는 새누리당 중진 의원의 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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