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3931건중 2792건 유사·중복으로 폐기돼 의원실적 정량적 평가에 실적쌓기용 무차별 발의

19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 건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국회의원 간 ‘법안 베끼기’ 등 법안 표절 행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이 의정 평가 실적을 쌓기 위해 단순 문구나 조사만 바꾼 유사한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하는 것은 물론, 다른 의원이 낸 제정법을 베끼는 사례까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건수(1만5592건)는 이미 18대 국회 총 발의 건수(1만3913건)를 넘어섰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2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처리된 의원 발의 법안(위원장안 제외) 3931건 가운데 2792건(전체의 71%)이 대안반영폐기 법안이다. 국회의원이 발의해 처리된 법안 10건 가운데 7건은 표절 의혹이 있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대안반영폐기는 국회 상임위원회 등에서 여러 개의 유사·중복 법안을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해 ‘대안’을 만들어 처리하고 폐기하는 것을 지칭한다.

보고서는 “정부제출안과 달리 의원발의는 단계가 간소해 동일 현안에 대한 유사·중복법안이 다수 제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유사·중복법안이 많아질수록 법안의 제정·심의에 투입되는 행정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에는 유사 법안 140여 개가 발의되기도 했다.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와 비교해 제정·전부개정법의 비율은 소폭 감소하고, 발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일부개정법의 비율은 증가했다. 의원입법에서 전부개정안(18대 0.7%→19대 0.4%)과 제정안(7.0% → 6.2%)이 차지하는 비율은 모두 하락했다. 반면 일부개정법의 비율은 18대 국회에서는 92.0%였지만 19대 국회 들어 93.3%로 증가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정량적 평가에 치우치다 보니 의원들이 질적인 면보다 양적인 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금 국회에 필요한 건 국회의원 정수 증원이 아니라 의원의 전문성을 높여 질적인 입법 활동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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