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시진핑 美 방문 앞두고 美와 냉랭한 분위기 될 수도
美 “中 개혁역행 조치는 문제”… ‘시장결정 환율 접근’은 환영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11일 기습적으로 1.86% 인하라는 사상 최대폭의 위안화 절하 조치를 취한 데 이어 1.62% 추가 인하에 나선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7%를 달성하기 위한 중국 당국의 절박한 조치로 풀이된다. 재정정책과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 제고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중국이 사상 최대폭으로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것은 중국 정부가 개혁보다는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과거의 기조로 다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런민은행은 공지문에서 “위안화 강세가 수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조치는 중국 최고 지도부들이 여름휴가 기간에 휴양지에 모여 국정을 논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는 중간에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가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환율 평가 절하 조치가 중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수출을 떠받치면서도 자산 시장을 뒷받침하고 위안화 국제화를 꾀하는 등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싱예(興業)은행의 루정웨이(魯政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 기업의 이익을 개선하고 중국 경기를 되살리는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평가 절하는 수출뿐 아니라 최근 폭락 사태를 겪은 주식시장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도 도움이 되며 중국이 추진 중인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 내 위안화 편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최근 빠져나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을 붙잡아둘 수 있는 유인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한편 그동안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하에 매우 소극적이었던 중국의 급작스러운 조치로 미국은 딜레마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WSJ는 이번 조치가 다음 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의 관계에서 냉랭한 분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상을 억제하면서 대미 수출을 늘리고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실제 중국 정부가 시장 환율에 맞춰 고시 환율을 낮춘 것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하기 어렵게 됐다. 미 재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중국의 이번 조치는 시장 결정적 환율 제도에 한 발 더 다가갔다”면서 일단 조심스럽게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조치가 어떻게 시행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개혁에 역행하는 조치는 발전에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환율 전쟁에 뛰어들게 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추가 절하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 자오상(招商)은행의 류둥량(劉東亮) 수석 애널리스트는 “위안화 가치는 앞으로도 5%쯤 더 평가절하할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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