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승절 참석’ 미적… AIIB·사드 이어 또 타이밍 놓치나 美 “韓에 압력 행사한적 없어”
靑도 “사실무근”… 논란 여전

“신중히 검토” 결정 미루면서
보이지 않는 美·中압박 커져
“늦어질수록 잃는 게 많을 것”


박근혜 대통령의 오는 9월 3일 중국 항일 승전(전승절) 70주년 기념식 참석 여부가 한·미·일·중 4개국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외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본 언론이 미국 정부가 박 대통령의 불참을 요구했다고 보도한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일 3국이 이 문제를 박근혜정부의 외교 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는 분위기가 역력해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또다시 한·미, 한·중 관계를 이간시키려는 ‘꼼수’ 외교를 구사하고, 한국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형국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단 미국은 최근 불거진 압력설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이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 전승절 행사에 박 대통령 대신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의 참석을 권유했다’는 국내 언론 보도에 대해 “우리는 누가, 어떤 식으로 그 행사에 참석할지에 대해 어느 누구에게도 어떤 형태나 방법으로도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있고, 가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토너 부대변인은 이어 “한국 정부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면서 “우리는 박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어떤 지도자에 대해서도 참석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지난 9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의 “미국이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불참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우리는 박 대통령에게 중국의 다음 달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뜻을 표명한 적이 없다”면서 부인한 것과 같은 답변이다.

청와대와 외교부 역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여전히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미·중의 보이지 않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에 이어 또다시 까다로운 선택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든 미·중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데다, 결정이 미뤄질수록 논란만 커지면서 한국은 외교적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으리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작업’이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워싱턴 조야에서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강하게 요구하는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 관계를 멀어지게 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압력설은 외교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주로 나오는 곳이 어디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신보영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