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법안 베끼기 실태동료 의원법안 字句·내용 수정
숟가락만 얹는 얌체 행태 만연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가 터지자 여야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유사 법안을 쏟아 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은 무려 31개의 유사 법안이 발의돼 하나의 대안으로 통합 처리됐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29건의 유사 법안이 통합됐고 ‘공직자윤리법’은 23건이 하나의 대안으로 통합 처리됐다. 세월호 참사 뒤 선원법·해운법 등 총 8개의 법률 개정안이 처리됐지만 유사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은 산술적으로 전체 의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146명에 달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 이슈에 편승해 법안 제정에 ‘생색’을 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업무용 자동차에 대해 비용 처리를 할 수 있는 현행 법인세법상 ‘손금산입’ 제도가 세금 부담 없이 고가의 자동차를 마음대로 굴리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불과 5일새 여야 의원 3명이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7월 6일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법인세법 손금산입을 3000만 원 한도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3일 뒤인 10일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은 손금산입 한도를 4000만 원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모두 비슷한 취지와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다. 또한 2013년 민홍철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해 통상 협정 문제로 무기한 계류 중인 법안과도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법안의 체계나 내용에 큰 차이가 없는 제정법을 발의한 두 의원이 동료 의원들에게 ‘친전’까지 보내며 서로 비난하는 일도 있었다. ‘원자력발전사업자 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안’ 제정법을 발의한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법안과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 간 유사한 점을 표까지 만들어 가며 동료 의원들에게 보냈다. 정 의원의 법안은 2013년 12월 31일 발의됐고, 이어 지난해 2월 7일 산업통상자원부·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협의안을 도출했는데 불과 4일 뒤 김 의원이 원안 및 협의안과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도 친전으로 맞대응하며 산업위에서는 뜬금없는 ‘법안 베끼기’ 논란이 있었다.

이 같은 ‘법안 베끼기’는 입법 활동에 대한 평가가 질적인 측면보다 양적인 부분에 치중하며 나타나는 폐해이기도 하다. 해마다 우수 국회의원 평가는 상당 부분 발의 법안 건수와 가결 법안 건수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의원 입장에서는 법안 베끼기를 통해서라도 법안 발의 건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실의 경우 동료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일부 자구나 내용을 수정해 ‘숟가락’만 얹는 ‘얌체’ 행태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민병기·이화종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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