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고통속 의연한 모습 담아
광복 70주년인 올해 8·15 행사를 전후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 곳곳에 새로 건립되고 있다. 소녀상은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시민·사회단체에서 설치하고 있으며 단발머리 소녀가 주먹을 쥔 채 맨발로 의자에 앉아 있거나 태극기를 꼭 쥐고 분연히 서 있는 모습, 일본군에 끌려갈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형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12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남 남해군은 오는 14일 남해읍 아산리에서 군내 거주하는 박숙이(94)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동백꽃을 들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제막한다. 동백꽃은 험난한 풍파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며 박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또 소녀들이 남해안에서 조개를 캐다 일본군에 끌려간 당시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소녀상 옆에 바구니와 호미도 두었다.
대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는 오는 15일 남구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 내 소공원에서 소녀상을 건립한다. 조각가 김병준(54) 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모진 고통 속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았던 마음을 담아 두 손으로 작은 태극기를 꼭 쥐고 서 있는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해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또 경기 광명과 강원 원주에서도 같은 날 각각 소녀상이 건립되고, 광주에는 오는 14일, 전북 전주에는 13일 소녀상이 제막된다. 광명의 소녀상은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 현장으로, 광부들의 땀과 애환이 서려 있는 가학동 광명동굴 출입구에 세워진다. 원주의 소녀상은 그림자를 할머니의 그림자로 표현하고 그림자 속에 하얀 나비를 새기는 등 일본 정부의 사죄를 기다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한과 원망을 담았다.
또 전주의 소녀상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소녀상 옆에 빈 의자를 놓았고, 소녀가 햇빛을 피하도록 머리에 모자를 씌운 형상으로 제작됐다. 강원 강릉에는 지난 5일 경포 3·1운동 기념공원에 소녀상이 건립됐다.
일본군 위안부 창원지역 추모비 건립 추진위원회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 소녀상을 설치키로 하고 주민들과 협의 중이다. 이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강한 정신력과 비장함을 보여주기 위해 주먹을 쥔 양손을 가슴에 올리고 있는 형상으로 제작됐다. 이 밖에 부산과 세종, 경북 포항, 경기 의정부, 충남 서산, 전남 목포, 충북 청주에서도 연내 건립을 목표로 소녀상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소녀상은 지난 2011년 12월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부근에 처음 세워졌으며 지난달 말까지 대전, 울산 등 전국 14곳에 건립됐다. 또 일본 오키나와(沖繩)현과 미국 뉴저지주 등 해외 10곳에도 세워져 있다.
정대협 관계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위한 소녀상 건립이 국내외 곳곳에 들불처럼 번져 가는 현실을 일본 정부가 똑똑히 인식하고 진정으로 사죄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구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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