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고고학자 논문서 파격 주장
“숨겨진 곳은 네페르티티 묘실”


93년 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에 의해 발견된 고대 이집트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기원전 1332~1323년 추정)의 묘실 뒤에 또 다른 묘실이 숨겨져 있으며, 그 묘실의 주인은 네페르티티(기원전 1370~1330년 추정·사진) 왕비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BBC, 텔레그래프, CNN 등은 미국 애리조나대에 재직 중인 영국 고고학자 니콜라스 리브스 교수가 투탕카멘 묘실을 정밀하게 촬영한 고해상도 사진을 분석한 결과 묘실의 2개 벽면에서 균열을 발견했고, 또 다른 묘실로 들어가는 비밀 문의 틈인 것으로 보인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리브스 교수가 지목한 균열은 묘실의 서쪽 벽면과 북쪽 벽면에 나 있다. 그는 이 균열이 오랜 세월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 아니라, 벽에 나 있던 문을 가리는 과정에서 생기는 틈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벽 뒤에 또 다른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리브스 교수는 특히 북쪽 벽면 뒤에 묘실 연장 공간이 있고, 여기에 또 다른 왕족, 즉 투탕카멘의 아버지인 파라오 아크나텐의 첫째 부인 네페르티티의 시신이 묻혀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베를린 노이에스 박물관에 있는 채색흉상으로 유명한 네페르티티는 남편이 사망한 후 투탕카멘이 즉위하기 전까지 약 2년간 이집트를 직접 통치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브스 교수가 이같이 주장하는 근거는 투탕카멘 묘의 작은 크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파라오의 것으로 보기엔 너무나 작은 투탕카멘의 묘 크기는 지난 100여 년 동안 고고학자들이 풀지 못했던 숙제이다. 묘실 내부에서 투탕카멘 치세 이전 시대의 장비들이 발견된 것도 미스터리다. 리브스 교수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 의문들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투탕카멘이 십대의 어린 나이에 급작스럽게 사망하자 묘를 새로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탓에 기존의 왕실 묘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새로 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리브스 교수가 떠올린 사람은 투탕카멘보다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네페르티티 왕비이다.

이집트 고고학부의 야스민 엘 샤즐리 차관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리브스 교수의 주장에 대해 “아직은 이론 수준”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영국의 이집트학자 나이절 히더링톤 박사는 “파라오들은 속임수의 대가들이다”며 “잠재력이 굉장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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