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트로트 가수 연분홍은 성공적인 쇼케이스 무대를 치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992년생, 올해 23세인 연분홍이 어찌 목소리에 한을 싣는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찬찬히 짚어보면 이런 의문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연분홍의 전공은 해금. 전통 악기 중 가장 구슬픈 음색을 낸다고 알려진 해금을 연주하며 자연스럽게 연분홍에게 한의 기운이 서렸다고 볼 수 있다. 신인 트로트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대규모 쇼케이스까지 치른 후 그의 ‘한이 섞인 목소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 건 연분홍에게 대단한 칭찬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는 많은 카메라 앞에서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떨렸어요. 실력 발휘는 100% 못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해요. 집에 가서 저와 관련된 모든 기사를 다 찾아봤어요.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었죠. ‘한이 서린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는 표현을 보고 울컥했어요. 정말 제가 꼭 듣고 싶던 이야기였거든요. 첫발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요.”
연분홍은 남다른 유전자도 가졌다. 부모님이 두 분 다 국악을 전공하신 터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국악을 접했다. 물론 국악과 트로트를 직접 연결시킬 순 없다. 하지만 국악을 통해 우리 가락을 익숙했던 연분홍에게 보다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정서가 담겨 쉬운 멜로디를 가진 트로트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버지는 태평소를 부시고 어머니는 해금을 켜세요. 지금은 두 분 다 선생님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가족 모두 흥이 많아서 어릴 때부터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놀았어요. 저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글도 못 읽고, 못 쓰던 4세 때부터 트로트를 즐겨 들었고 ‘장녹수’를 3번 듣고 바로 따라 불렀다고 해요. 그러면서 트로트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어요. 제 음악은 국악이 밑바탕이 됐고, 국악 무대에 서면서 느낀 희열을 잊지 못했어요. 트로트 가수로서 활동 영역을 더 넓히고 더 많은 분께 제 노래를 들려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연분홍은 KBS 1TV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메이저 무대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5월 열린 용인시 편에 출연해 장윤정의 ‘애가 타’를 불러 최우수상을 받았다. 당시 초대 가수로 나왔던 정의송 작곡가가 연분홍을 눈여겨보다가 장윤정, 박현빈 등을 발굴하고 키운 제작자를 소개했고 이후 가수의 길에 접어들게 됐다. 국악을 통해 기본을 탄탄히 다진 것도 그의 데뷔가 빨랐던 이유다.
“오디션에서는 주현미 선배님의 ‘비 내리는 영동교’와 ‘신사동 그 사람’을 불렀는데 선배님과 비슷한 바이브레이션을 낸다고 칭찬해주셔서 기뻤어요. 주현미 선배님 외에도 이미자, 심수봉 선배님들을 존경해요. 감히 제가 그분들을 ‘선배님’이라 부르는 것만으로 벅차요. 정말 그분들께 인정받는 후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잠시도 쉴 틈이 없을 것 같아요.”
연분홍의 데뷔 타이틀곡은 성형이 만연한 사회를 풍자한 ‘못생기게 만들어주세요’. 장윤정, 박현빈 등의 곡을 쓴 정의송 작곡가가 연분홍을 위해 만든 맞춤형 곡이다. 트로트 곡이지만 현대적 감각의 멜로디에 톡톡 튀는 가사가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 하고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그가 MBC ‘쇼 음악중심’, KBS 2TV ‘뮤직뱅크’, MBC뮤직 ‘쇼 챔피언’ 등 아이돌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음악 프로그램에 곧잘 섭외가 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유명한 선배님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런 칭찬에 안주하지 않고 연분홍만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트로트 가수의 가장 큰 장점은 나이가 들수록 더 여물고 관록이 쌓인다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저도 급히 가기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바르게 가면서 제대로 된 트로트 가수가 되고 싶어요. 10년, 20년 후에도 대중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연분홍이 될 테니 오랫동안 지켜봐 주세요.”
안진용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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