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지리산 능선. 등산객들이 섬과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지리산 능선. 등산객들이 섬과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있다.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연지봉 출렁다리.
경남 통영시 사량면 사량도 연지봉 출렁다리.
등산객들이 지리산과 옥녀봉 사이 능선의 일명 ‘분재바위’에 올라 수우도와 남해바다를 감상하고 있다. 여행등산야생화 사진가 염정의 씨 제공
등산객들이 지리산과 옥녀봉 사이 능선의 일명 ‘분재바위’에 올라 수우도와 남해바다를 감상하고 있다. 여행등산야생화 사진가 염정의 씨 제공
아찔한 낭떠러지 올라서니 온몸 안아주는 바닷바람(3) 경남 통영 사량도

섬을 휘감은 해무는 그칠지 모른다. 언뜻언뜻 보이는 옥녀봉, 촛대바위, 평바위, 연지봉, 가마봉, 월암봉…. 무슨 사연이 담겼는지 봉우리는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항에서 40분 거리의 사량도. 등산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이다. 아찔한 천 길 낭떠러지 너머 쪽빛 남해바다와 시원한 해풍을 온몸으로 품을 수 있는 곳. 한 번쯤 올라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이렇듯 사량도는 등산하는 섬으로 특화돼 있다. 연간 35만 명이 섬을 찾는데 90% 이상이 사량도 상도(윗섬)에 있는 지리산(智異山)을 찾는 등산객이다. 산은 높지 않지만 워낙 위험한 구간이 많아 곳곳에 철제 계단과 출렁다리를 놔 등산 초보자들도 스릴을 맛보며 오를 수 있다.

지난 10일 사량도 지리산을 찾았다. 오전 8시쯤 사량도여객선터미널에서 면내 순환버스를 타고 돈지마을에서 내려 등반을 시작했다. 코스는 돈지마을∼지리산∼불모산∼옥녀봉∼진촌마을까지 8㎞. 사량도 관광안내도에는 4시간 코스다. 사량도 지리산은 해발 398m로 육지의 지리산이 보여 ‘지리망산’이라 불리다가 그 말이 줄어 지리산이 됐다고 한다. 사량도 윗섬에 동서로 길게 뻗은 산줄기 중 돈지리 쪽에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이보다 1m 높은 불모산이 있지만 사람들은 지리산을 사량도 윗섬의 대표적인 산으로 부르고 있다.

산이 높지 않다고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산행은 돈지마을에서 지리산 정상까지 가파른 산길을 한 번에 치고 올라가야 해 초반부터 쉽지 않다. 정상 부분을 앞두고는 가파른 바위를 올라야 하는 데다 양쪽으로 낭떠러지가 펼쳐져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1시간 30분 만에 정상 부분에 올라서자 모든 힘겨움을 보상해주기라도 하듯 탁 트인 쪽빛 남해바다가 한눈에 펼쳐졌다. 앞쪽에 하도(아랫섬)와 수우도가 반겼고, 멀리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삼천포화력발전소, 통영의 오비도도 들어왔다. 어느덧 시원한 해풍이 이마의 땀을 식혔다.

이제부터 바위 능선을 타고 옥녀봉까지 구간이 남았다. 능선은 큰 등반사고로 이어지는 아찔한 곳이 많았다. 하지만 쉬엄쉬엄 바위를 오르내리고 펼쳐진 바다 풍광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어 섬 산행의 묘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예전에 가마봉에서 옥녀봉을 가려면 가파른 길을 힘들게 내려가 절벽길 여럿을 올라야 해 위험했지만, 통영시가 2013년 향봉과 연지봉을 잇는 출렁다리 2개(총연장 61.20m)를 놓으면서 (산악전문가들은 싫어했겠지만) 일반 등산객의 산행이 쉬워지고 볼거리도 많아졌다. 흔들거리는 아찔한 출렁다리에서는 멀리 사량도 윗섬과 아랫섬을 잇는 연도교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는 9월 말 연도교가 준공되면 사량도를 찾는 등산객은 아랫섬의 칠현산(348m) 등산코스도 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갈 수 있게 된다. 통영시는 연도교가 두 개의 섬을 하나로 이어 관광객 증가에 따른 주민 소득향상으로 섬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량면사무소는 10월 23일 연도교 개통식에 맞춰 1박 2일 일정으로 ‘옥녀봉 전국등반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출렁다리를 건너자 바위 봉우리인 옥녀봉이 나타났다. 욕정에 눈이 먼 아비를 피해 바위 벼랑에 몸을 던져 천륜을 지킨 옥녀의 슬픈 전설이 담겼다는 봉우리다. 이 옥녀봉 주변에는 전설과 관련된 이름이 곳곳에 남아 있다. 촛불을 밝힌 촛대바위, 절하는 평바위, 연지곤지를 찍은 연지봉, 가마를 탄 가마봉, 달나라로 떠난 달바위(월암봉)…. 옥녀봉에서 떨어져 죽은 옥녀가 촛불을 켜고 절을 한 뒤 연지곤지 찍고 가마를 타고 달나라로 갔다는 것이다.

산에서 내려와 일주도로를 따라가면 곳곳에 낚시 포인트가 있고 최영 장군 사당도 있다. 사량도는 유명한 이름만큼이나 지명에 대한 다양한 유래가 전해진다. 원래 ‘박도(樓島)’였으나 조선시대 수군진이 설치되면서 ‘사량만호진’이라고 칭하게 됐다. 마주 보고 있는 윗섬과 아랫섬을 가로지르는 물길이 가늘고 긴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사량(蛇梁)이라고 칭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옥녀봉에 얽힌 설화에서 ‘사랑(愛)’이 ‘사량’으로 변천되었다는 설, 섬에 뱀이 많이 서식했다는 설, 섬의 형상이 뱀처럼 기다랗게 생긴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도 있다.

현재 사량도에는 29개 자연마을에 158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주말 3000∼5000명의 산행객이 찾지만 관광지로 변모하지 않아 주업은 어업이다. 특산물로는 지리산에서 방목한 흑염소, 멸치, 백합, 야콘, 바지락, 물메기 등이 있다. 낚시도 잘돼 볼락, 노래미, 감성돔, 농어 등이 갯바위와 양식장 주변에서 잡힌다. 유일한 해수욕장인 대항해수욕장은 윗섬 대항마을에 있다.

통영 = 글·사진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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