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벽돌 / 빌프리트 봄머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2015년 한국은 집밥 열풍으로 들썩거린다. 스타 셰프들이 현란한 칼솜씨를 자랑하고, 요리연구가들이 만능 소스와 간단한 요리법을 앞다퉈 선보인다. 비단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는 지금 먹는다는 것에 대해 심각한 고민 중이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는 식품들을 매일 필요 이상으로 먹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기아와 영양 부족이 심각하다. 10억 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독일 저널리스트 빌프리트 봄머트는 ‘빵과 벽돌’에서 세계 식량문제의 색다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금껏 바른 먹거리에 대한 담론은 지역에서 난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로컬푸드 운동과 지구적 음식공동체 네트워크인 테라마드레 정도가 전부였다. 봄머트는 기본적으로 로컬푸드나 테라마드레의 정신을 따르되 진정한 해결책을 농촌이 아니라 도시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전 세계의 도시에서 실험적으로 모색되는 다양한 식량 자급 현장을 담아내고 있다.
2030년이 되면 도시에 사는 인구가 지금보다 35억 명 정도 더 많아질 전망이다. 매년 베이징(北京) 규모의 도시가 5개씩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쉽다. 세계의 도시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베를린, 런던 혹은 도쿄(東京) 같은 대도시에 비축해둔 식료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연구는 고작 사흘 정도라고 말한다. 따라서 21세기 식량 부족과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장소는 농촌이 아니라 도시다. 농촌의 빈민은 그나마 땅이 있어 버틸 수 있지만 도시 빈민은 오로지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불안한 상태다. 그렇다면 미래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과연 식량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저자는 그 답을 시민운동에서 찾는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 유럽에서부터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까지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식량 자급 현장을 엿보는 것이 이 책의 재미다.
독일에는 일명 ‘쾰른의 신천지’라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축구장의 1.5배 정도나 되는 옛 쾰슈 양조장 부지를 시 당국으로부터 싼값에 넘겨받았다. 이곳에 가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나긴 행렬로 이어진 채소 상자들을 볼 수 있다. 상자에는 다양한 종류의 토마토, 감자, 상추 등이 자라고 있고, 린다, 니콜라 등 이름표가 붙어 있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하는 미니 텃밭으로, 재배하는 상자를 수레에 실어 운반할 수 있어 이동성도 좋다.
뮌헨의 공동텃밭 ‘오, 식물재배여’도, 독일 베를린의 중심 공항이었던 템펠호프의 너른 활주로 들판에 들어선 ‘킨더가르텐’도 비슷하게 만들어졌다.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시민활동가들이 공동텃밭운동을 주도한다. 도시 전역에 과일나무를 심자는 주장을 하거나 건물을 지을 공공부지에 대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투쟁이 벌어진다.
영국은 모든 식료품의 98%가 테스코, 아스다 등 9개 대형 유통망이 거느린 슈퍼마켓에서 판매된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농부들과의 연대를 통해 적기에 소비자에게 직접 농산물을 배달하는 ‘리버포드’다. 농부가 예약 형식으로 매주 배달하거나 고객이 연초에 정해진 회비를 내고 수확 후 직접 가져가는 방식으로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의 설립자인 카를로 페트리니는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함께 시작되었고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은 여러분의 마을에서, 여러분의 땅에서 시작될 것입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바야흐로 식량문제는 글로벌한 식품의 이동과 소비가 아니라 로컬푸드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지금까지의 생각과 달리 미래는 글로벌이 아니라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이 이를 어떻게 주도하고 있는지 그 생생한 현장 보고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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