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꿈은 대국굴기, 세계 초강대국이다. 세계 초강대국은 자국 통화를 세계에 통용케 함으로써 완성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세계 기축통화로 강대국 지위를 누려오던 미국이 2008년 위기를 맞자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의 야심을 드러냈다. 1단계가 위안화의 아시아지역 통화화다. 위안화를 많은 국가가 사용케 하려면 위안화 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중국은 위안화 국제화를 위해 2010년 7월~2014년 1월 중 위안화를 절상했다. 절상에 견뎌내느냐가 관건이다.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출증가율이 2011년부터 낮아지기 시작, 올 들어서는 마이너스까지 추락했다. 2010년 유로존 위기로 세계 경제가 재침체한 탓도 있지만 큰 요인은 위안화 절상이다. 그 결과 연평균 10% 성장률이 2011년 이후 7%대로 하락하고 올해에는 7%마저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하는 수 없이 지난해 2월부터 위안화 절하를 시작했다. 점진적인 절하로는 부진한 수출과 성장을 회복할 수 없고 주가도 폭락하자 드디어 8월 11~12일 잇달아 3.48% 급격한 평가절하를 단행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동아시아 환율전쟁 2라운드의 서막이다.
동아시아 환율전쟁 1라운드는 2012년부터 시작된 일본 엔화의 대폭적인 절하다. 2012년 9월 이후 엔화는 달러 대비 38.0% 절하됐다. 같은 기간 원화는 3.6% 절하에 그쳐 엔화 대비 55.3% 절상됐다. 일본의 수출과 성장은 회복돼 잃어버린 20년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한국은 수출과 성장이 부진해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섰다. 일본 기업들은 흑자가 쌓이고 나갔던 기업들도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들은 적자 누적으로 신음하며 해외로 나가 저투자 저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양적 완화를 지속해 앞으로 2~3년은 엔저가 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은 2010년 34.8%에서 지난해에는 -0.4%, 올해에는 -2.4%로 급감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 둔화, 빠른 기술 추격, 중간재 자급 비율 제고,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한 가공무역 억제 정책 등 주로 구조적인 변화 때문이다. 위안화는 적어도 내년까지는 더 절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일본은 막대한 외환 보유액에 힘입어 미국의 금리 인상 후에도 자국 경제 회복을 위해 절하를 지속할 것이다. 엔화와 위안화의 동시 절하 속에 12월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한국은 급격한 외자 유출 방지를 위해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먼저, 미국 금리 인상 전에 금리 인하와 통화 공급으로 원화 약세를 유도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원화는 교환성 통화가 아니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효과는 제한적이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효과는 있다. 금리·통화정책에 의한 원화 약세가 미흡한 경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합의한 ‘자본 이동 관리 원칙’ 등 국제 규범 내에서 ‘질서 있는 외환시장’ 개입도 필요하다. 이 경우 환율 조작국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제 금융계의 이해를 구하는 국제 금융외교도 중요하다.
1994년 위안화 대폭 평가절하와 뒤이은 1995년 미국 금리 인상과 엔저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그때보다는 여건이 많이 개선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유사한 면도 너무 많다. 1997년 2017년 대선도 닮은꼴이다. 다시 환율전쟁의 패자(敗者)가 돼선 안 된다. 만반의 대비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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