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飮食)이란 마시고(飮) 깨무는(食) 행위다. 음식이 곧 식품(食品)은 아니라는 뜻이다. 식품은 ‘음식이라는 행위’가 유통되는 하나의 현상적 단면일 뿐이다. 인간이 너무 긴장한 탓에 목이 타 들어가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행위도 음식이다. 소유에 집착하는 갓난아이들이 서럽게 울다가도 무언가 빨거나 깨물 수 있는 것을 입에 물려주면 순간 조용해지는 행위 또한 음식이다. 상대가 나의 메시지를 예의 없이 씹어버렸다거나, 명분을 앞세운 누군가가 어떤 일의 이익을 혼자서 꿀꺽 삼켜버리는 행위 역시 모두 음식이다. 우리가 부지불식간 음식을 푸드(food)로만 인식하게 된 것은, 행위의 주체보다는 행위의 대상이 중심에 놓이는 서구식 언어관(세계관)이 끼친 영향이 제일 클 것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음식’이라는 인간행위가 그만큼 일상 속에서 광범위하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동의학에서 ‘음식이라는 행위’는 1차로 호흡기계(수태음)와 배설기계(수양명) 그리고 소화기계(족양명)와 내분비계(족태음) 등 네 가지 인체생리계통의 체계적 연관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음식’의 진짜 풍경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식품과 요리의 소재에서가 아니라) 위와 같은 인간의 계통적 행위가 연관되며 만들어내는 모든 사건 속에서 존재한다.
가령, 인간이 마음에 걱정이 쌓이면 호흡기계의 생리활동이 불안해지는데, 호흡기계가 안정되지 못하면 인간의 몸은 가장 먼저 냄새에 따라 입맛이 춤추게 된다. 후각이 미각을 지배하게 되는 것인데, 이를테면 향신료가 풍부한 음식을 유난히 맛있다고 느끼거나, 커피처럼 향이 강한 음료에 자꾸 끌리게 된다. 이런 신체습관이 누적되면 대인관계 면에서도 특정한 경향성을 보이는데, 평소 예의범절을 상당히 중요시하는 마음습관을 갖게 된다. 마음에 걱정이 한 가득이면 상대가 조금만 예측에서 벗어난 행동을 해도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것처럼, 늘 예의를 갖추고 일정한 형식과 매뉴얼이 정해진 틀 안에서만 관계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다. 이런 마음습관이 반복되면 명분을 앞세워서 실리를 추구하는 인생관을 갖게 된다. 어떤 일이든 일단 누가 봐도 그럴듯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해석과 설득의 기술을 습득하게 되고, 마치 멋진 상업광고 한 편을 제작하는 듯한 스타일로 자신의 인생을 추구하게 된다.
‘인간의 행위(根)’를 중심에 놓고 그로부터 ‘파생된 현상(境)’들 이면에 흐르는 ‘알음알이(識)’를 체계적으로 살피는 것이 인문(人文)이다. 음식에 대한 인문적 건강은 식품에 대한 영양학적 분석이나 세계의 장수마을을 찾아다니며 감춰져 왔던 ‘슈퍼 푸드’들을 고증해보는 시도 따위가 아니다. 음식에 대한 사유(판단/선택)의 기준을, ‘무엇을, 어떻게 조리해 먹을 것인가’에 대한 대상적인 것에서 ‘인간이 먹고 마시는 행위’에 대해 주체적인 것으로 바로잡아 보는 것이다. 보고자 하는 기준이 바로 서면, 대상이 훨씬 체계적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카페방하 디렉터 lee_sy@egone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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