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후반 결정” 되풀이
외교는 타이밍 중요한데… 효과 반감·후유증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9월 3일 중국의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참석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청와대는 “금주 후반 결정”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는 데다 중국이 한국전쟁 당시에는 국군과 유엔군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 적국이었다는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점이 중요한 외교에서 결단이 마냥 늦어질 경우 결단의 효과는 반감되고 후유증만 남게 된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식 초청에 사실상 응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스마트 외교’ 행보를 참고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1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중국의 전승절 참석 여부에 대해서 “금주 후반에 결정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지난주 밝혔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참석 여부에 대해서) 검토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외교적인 사안이라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여러 가지를 검토해 이번 주 후반에 발표할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청와대가 고민하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이번 전승절 행사는 중국이 슈퍼 파워인 미국에 맞서 ‘중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성격이 있다는 점이다. 자연히 한·미동맹의 유지 차원에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의 외교적 협의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둘째는 중국이 한국전쟁에서 북한과 함께 국군과 유엔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적국으로 재향군인 단체를 비롯한 보수 우익진영의 강력한 반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일본이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을 ‘한국은 결국 중국 쪽으로 간다’, ‘아시아에서 믿을 나라는 역시 일본밖에 없다’는 논리로 무장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을 상대로 물밑 이간질 외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영국, 호주 정상들은 모두 불참을 표명한 상태다. 이 같은 예상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은 실익이 높다는 관측이 다소 우세하다. 무엇보다 북한핵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 정부와의 굳건한 외교협력관계의 구축은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필수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제적으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기도 하다. 메르켈 총리도 지난 5월 비슷한 고민에 빠졌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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