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마취상태인 여환자를 대상으로 성폭행에 가까운 일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는 폭로성 글이 유명 의학지에 실려 파문이 일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8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지난 17일 ‘내과학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에세이 형식으로 게재된 글에서 익명의 저자는 자신이 듣고, 또 직접 경험한 수술실 내의 성폭력 등의 사례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개업의로서 의대에서 강사로도 일하는 저자는 의학의 인간애 과목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들은 사례를 전했다.

저자에 따르면 한 학생은 “자궁적출 수술을 받기 위해 전신마취를 하고 누워 있는 여성 환자의 수술 부위를 닦던 한 의사가 웃으면서 ‘분명 이 여자도 즐기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는 수술실에서의 경험을 밝혔다. 저자는 “의대 3학년이던 시절 한 산모가 분만 도중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는데, 담당 레지던트가 산모의 자궁을 마사지해 피를 멎게 한 뒤 음란한 말을 내뱉고 음란한 춤까지 췄다”며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WP는 의료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런 글이 의사 스스로에 의해, 그것도 1927년 창간된 전통 있는 의학지에 게재됐다는 사실이 놀랍다면서 그 파장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심장 및 역학 전문가인 할런 크럼홀츠 예일대 교수는 “그런 행동들이 보고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면서 “독립적인 외부 기관이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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