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등 우회 방법 사용
관련 사회적 비용 많이 들어
勞 “마음대로 근로자 자를 것”
‘논의서 완전 삭제 요구’ 반발
노·사·정 대화 재개 가로막아
저성과자 해고 이슈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 전체를 집어삼키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부는 노동시장의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노동계는 ‘저성과자’ ‘해고’라는 단어 자체에 극도의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 한국노총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현재 노사정위 복귀에 진통을 겪는 사태의 중심에도 저성과자 해고 이슈가 자리한다. 정부는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이 문제를 논의의 후순위로 할 수 있다는 카드를 물밑에서 제시하고 있지만, 한국노총은 논의에서 완전히 삭제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처럼 저성과자 해고를 둘러싼 노사정의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일문일답으로 알아본다.
Q. 현재 저성과자 해고가 가능한가.
A. “가능하지만 쉽지는 않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 1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정당한 이유 없이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저성과가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느냐다. 현재까지의 판례를 종합해 보면 법원은 회사가 재교육과 직무전환 등 저성과자를 구제하기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는지를 ‘정당한 이유’의 기준으로 본다.”
Q. 어떤 직원을 해고할 수 있나.
A. “저성과자 해고가 어떤 경우에 정당한지는 과거 판례를 보면 알 수 있다. 한 회사는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A 씨에게 직무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이수토록 했다. 3년간 인사평가를 기준으로 A 씨를 포함해 업무실적이 하위 1%에 해당하는 직원 91명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A 씨는 프로그램에서 제출해야 할 업무수행보고서, 업무개선계획서 등을 여러 차례 제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프로그램 대상자 중에서도 최하위의 평가를 받았고 회사는 A 씨를 징계해고 했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직무부진을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여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Q. 어떤 직원을 해고 못하나.
A. “저성과자의 판단 기준은 대부분 경영자의 의사가 반영된 인사평가일 수밖에 없다. 과거 판례는 부당한 인사평가로 근로자를 퇴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B회사는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직원들의 연봉을 1% 삭감했다. 직원들은 사측이 인건비 절감 의도로 일정 비율의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한 계획을 미리 세워 놓고, 그 대상자들에게 의도적인 인사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근로자를 차별할 의도로 인사평가자가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인사평가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받아들였다. 인사평가가 공정하지 않다면 이에 근거한 저성과자 해고 역시 받아들여질 수 없다.”
Q.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요건 가이드라인을 왜 만들려고 하나.
A. “상당수의 판례가 축적돼 있지만, 저성과자 해고 요건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이에 따라 기업에서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등 우회적인 방법으로 근로자를 퇴출하거나, 억지로 근로자의 약점을 잡아내서 징계해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동위원회에 매년 약1만3000건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정부는 판례를 반영해 명확한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저성과자 해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사용자가 명확한 기준 이외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게 돼 고용 안정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Q. 노동계는 왜 반대하나.
A. “노동계는 정부가 마련한 저성과자 해고 가이드라인이 사용자가 근로자를 마음대로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본다.”
Q. 저성과자 해고 요건 가이드라인 논의는 어디까지 왔나.
A. “지난 3월 노사정 대타협 과정에서 노사가 충분히 협의해 추진하는 방향으로 접점이 형성됐으나, 한국노총이 대화 결렬을 선언하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정부는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연기된 상태다.”
Q. 향후 전망은.
A. “비정규직, 임금피크제, 통상임금 등 더 시급한 노동현안에 대한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노사정위에서 저성과자 해고 요건이 심도 있게 논의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과제이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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