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든 인사들에 혐의 씌워 자격정지·영구제명‘진압’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윤리위원회는 제프 블라터 회장의 의지에 따라 반대파를 숙청하거나 찬성파에 면죄부를 주는 친위대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6년 FIFA가 투명성 제고를 꾀한다며 설립한 윤리위는 부패 등에 대한 감시와 규정 위반을 판단하고 처벌한다. 독립성 보장을 위해서라며 코넬 보르벨리, 한스 요아힘 에커트 등 2명의 위원장을 두고 있지만 윤리위 소집 권한이 블라터 회장과 집행위원회에 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은 무척 제한돼 있다. 2007년부터 윤리위는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그해 집행위원 후보였던 존 맥베스(스코틀랜드)가 “FIFA 내 제3세계 위원들의 비리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발표하자 윤리위는 해당 발언을 ‘인종차별’로 몰아 맥베스의 자격을 정지했다. 반면 맥베스가 비난했던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에 대해선 “부패 혐의가 없다”며 넘어갔다.

한때 블라터의 최측근 인사로 꼽혔던 무함마드 빈 함맘 부회장도 2011년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자마자 비리 혐의로 윤리위에 회부됐다. 페트루스 다마세브 당시 윤리위원장은 함맘 부회장의 후보 사퇴를 종용했고, 30일의 자격정지를 내렸다. 윤리위는 이어 청문회를 개최한 뒤 함맘 부회장을 FIFA에서 영구 제명했다.

2012년 조사관실과 심판관실로 윤리위 구조를 이원화하고 독자적인 활동 권한을 부여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사를 진행하는 ‘검사’ 역할의 조사관실을 ‘판사’ 역할을 하는 심판관실에서 통제했던 것.

마이클 가르시아 전 수석조사관은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2022년 월드컵 유치비리 과정을 조사해 4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윤리위의 에커트 심판관실장은 해당 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하고 내용을 편집, 40페이지로 편집된 요약본만을 공개했다. 지난 7월에는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고 FIFA 회장 출마를 시사했던 하롤드 마인니콜스 전 칠레축구협회장이 윤리위로부터 7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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