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섭 / 서울대 화학공정硏 교수, 한국안전기관협의회장

중국 톈진항 물류창고에서 지난 12일 발생한 화학물질 연쇄 폭발 사고는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필자는 그동안 화학물질의 제조시설뿐만 아니라 원료 및 제품의 운송·저장·판매 및 폐기물 회수에 이르기까지 구성되는 시스템 네트워크상, 라이프 사이클상 안전 및 재난관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뜻밖으로 화학 및 위험물질의 안전관리는 제조시설보다 저장 및 운송 중에 전체 사고의 70% 이상이 국내외에서 일어난다. 유엔 및 여러 관련 국제기관에서 이에 대한 기본적 지침을 제정해 각국에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사정을 이유로 제정 또는 시행을 늦추거나 제정한 국가에서도 그에 대한 관리, 교육 및 보급에 제한이 있어 실질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이번 톈진항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도 작지만 유사한 사고가 적잖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울산 H회사의 환경폐수처리장 폭발 사고로 많은 인명과 재산 손실을 봤다. 또, 최근 관련 법규 250건 이상의 규정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한편, 안전 선진국인 미국도 최근 텍사스의 비료 공장 폭발 사고로 10여 명이 숨졌고, 유럽과 일본에서도 유사한 사고들이 발생한 바 있다. 톈진항 폭발 사고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정부 주도형이나 규제 주도형의 불완전한 안전관리는 결국 톈진항과 같은 대형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규제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대형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이 그 예다. 많은 안전 선진국의 충고 핵심은, 규제 중심의 안전 및 재난 관리는 사고 은폐나 진정한 근본 원인 발견보다는 책임 회피용 원인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 선진국의 경험에 따르면 자율적인 안전관리 내지 인센티브 위주의 안전관리가 몇십 배의 안전 투자와 사고 감소로 이어졌음을 볼 수 있다.

둘째, 현재 시행 중인 화학 및 위험물질 관리법을 정부 및 산업 관련자는 물론, 운송이나 저장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도 시급히 보급해야 한다. 임시직 내지 민간 자위 소방관리 요원들은 물을 뿌려선 안 되는 상황임을 모른 채 초기 대응에 나섰다가 많이 희생됐다. 중국 톈진항의 경우 초기 희생자의 50% 정도가 계약직 소방대원이었다. 그들은 사고의 95% 이상을 봉쇄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최근 화학 및 위험물질 관리법이 특정한 부서나 그룹에 한정돼 있는데, 특수재난 대응 조직과의 정보 공유 및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셋째, 하나의 안전사고가 전체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종합적 안전 재난관리 및 개선이 필요하다. 현대사회는 생산·운반·저장·판매·폐기물 회수 및 사후 영향평가와 개선 등의 모든 과정이 네트워크화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 톈진항 사고는 보고된 피해액의 10~20배 정도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회사의 통계를 보면 제일 잘 돼 있는 손해재난보험이 직·간접 손실의 10% 안팎밖에 안 된다. 따라서 정부의 신뢰도 추락, 주민·국민의 불안, 유언비어 및 타국·타산업에 미친 손실을 제외하고도 엄청난 물류 장해 및 필요한 개선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뒤따른다.

앞으로 중국 톈진항 폭발 사고는 많은 국내외 정부 관계자와 학자 및 국제 관련 전문가들이 조사·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최우선 해야 할 것은, 근본 원인 분석 및 사후 개선책에 귀를 기울여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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