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범 SG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SG골프 사옥에서 자사의 스크린골프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의범 SG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SG골프 사옥에서 자사의 스크린골프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의범 SG그룹 회장

연매출 1조2000억 원의 계열사 20개를 거느린 이의범(51) SG그룹 회장은 기업 인수·합병(M&A) 투자의 귀재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부실기업이던 세계물산, 충남방적, 신성건설 등을 인수해 알짜기업으로 바꿔 놓았다.

이 회장이 요즘 골프에 ‘꽂혔다’.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건 올해 출범한 스크린골프업체 ‘SG골프’다. 또 기존에 인수한 2개 골프장 외 다른 골프장도 새로 인수했다. 스크린골프는 SG그룹의 신사업이며, 이 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직접 스크린골프를 챙기는 등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골프 비즈니스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해 당분간 골프장 인수는 물론 스크린골프를 통한 온라인 게임 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또 중국에서도 골프 관련 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13일 경기 성남시 판교 SG골프 사옥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스크린골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제조 노하우, 정보통신기술, 레저 등 모든 것이 결합된 종합문화”라면서 “스크린골프는 세계시장에서 안 팔려서 고전하는 대표적인 품목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SG그룹의 역량을 통해 해외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국내 스크린골프는 현재 3만 대 정도가 보급돼 있다”면서 “이 가운데 1년에 10%는 폐업하고 10%는 새로 창업하는 순환고리 형태”라고 진단했다. 99%가 영업용으로 판매되다 보니 국내 스크린골프는 사실상 포화상태이며 성능을 개선한 업그레이드 버전의 교체 수요가 고작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스크린골프 시장은 선발 업체의 독점구조로 후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 큰 장벽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크린 설치비가 비싸다 보니 중간 업자들이 생각보다 재미를 보질 못했고 이용자 역시 비싸게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변했다. SG골프는 기존 스크린골프의 반값으로 공급하고, 이로 인해 이용자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종전 스크린골프에 없던 편한 서비스 개념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습 모드로 몸이 풀릴 때까지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서비스의 일환이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스크린골프가 인기를 누리는 건 골프에 대한 ‘수요’가 높고, 또 골프장에서 하는 실제 라운드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의 골프에 대한 각종 규제가 역설적으로 골프 스크린을 활성화시켰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회장이 골프를 배운 것은 2000년 3월 무료 정보지 ‘가로수’를 증시에 상장한 이후 회사가 안정을 찾으면서부터다.

이 회장은 “골프가 딴 스포츠와 다른 점은 ‘들었다 놨다’ 하는 변화와 의외성”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스코어 역시 전날 80타를 치다가 다음 날 100타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기복이 있단다.

이 회장은 골프를 솔직한 스포츠라고 정의했다. 그날 스코어를 보면 전날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필드에선 아직 홀인원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스크린골프에선 3차례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단다. 요즘도 평균 80대 중반 스코어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단다.

이 회장은 “스크린골프 사업을 하고 골프장 오너가 되다 보니 이젠 골프장에 가면 ‘공장’에 가는 것 같고, 스크린골프를 쳐도 노동이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에선 잔소리를 늘어놓게 되고, 다른 골프장에 가면 ‘배울 게 없나’ 하는 생각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돼 골프를 즐기는 게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인수한 골프장을 통해 새로운 ‘실험’도 계획 중이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의 골프장 사업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였다. 과거 진입 장벽이 높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간 탓”이라면서 “앞으로 골프장이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경기 이천시 장호원의 상떼힐 골프장을 인수한 뒤 SG골프클럽으로 이름을 바꿨다. 충남 아산의 아름다운골프장은 SG아름다운골프장으로 바꿨다. SG골프클럽에서는 4명이 아닌 최대 ‘7인 플레이’도 가능하도록 하고, SG아름다운골프장은 9홀 증설공사를 통해 모든 내장객이 ‘27홀 전용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변신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국바둑생활체육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는 이 회장은 아마 5단 수준의 바둑 마니아다. 이 회장은 “골프는 바둑판과 비교해도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서 어려운 것 같다”면서도 “골프는 여행처럼 갈 때마다 설레고, 또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매력 덩어리”라고 말했다.

또 멘털과 육체 운동이 결합된 가장 종합적인 운동에 비유했다. 그의 골프예찬론은 끝이 없다. 걸으니 유산소 운동이 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니 사회성을 익힐 수 있으며, 혼자만의 게임도 되는 자기 수양이라고 골프의 장점을 열거했다.

짧은 시간에 부실에 빠진 기업을 인수해 알짜기업으로 회생시킨 비결에 대해 물었다. 이 회장은 “기업을 들여다볼 때 첫손에 꼽는 게 ‘성장성’과 ‘자산가치’”라며 “성장성에 의해 자산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