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의 취향여기 내일의 출근을 앞두고 옷장 앞에서 고민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입을 옷이 없는 건 아닌데 선뜻 옷을 골라 조합하기 어렵단 생각이 먼저 듭니다. 우선 손이 가는 옷에, 다른 옷들을 대어 보지만 이게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지 확신이 안 섭니다. ‘내일 뭐 입지?’ 다들 하는 고민입니다. 책을 찾아 봐도 답이 없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번거롭습니다. 왜냐하면 내 옷장에 있는 ‘내 것’으로 ‘나만의 조합’을 만드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니까요. 온전히 자신의 취향과 생각으로 말이죠.

최근 회사들의 복장 자율화와 비즈니스 캐주얼 활성화는 직장 남성들의 이런 고민에 불을 붙였습니다. 깨끗하게 다려진 흰 셔츠와 짙은 감색 정장이라는 기본 공식에 넥타이만 매일 골라 매면 되었던 것이, 이젠 품목 하나하나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죠. 또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세련되고 멋진 남자들의 모습에 멋에 대한 기준도 평균 이상으로 높아졌고요.

패션 브랜드가 만드는 이미지 광고와 전통적인 패션잡지도 도움이 안 됩니다. 멋진 모델들에게 입힌 그럴싸한 스타일…. 요즘 소비자들은 광고 속 모델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데일리룩(Daily look) 문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OOTD, WIWT와 같은 단어를 아시는지요? OOTD는 Outfit Of The Day, WIWT는 What I Wore Today의 약자입니다. 모두 ‘오늘 입은 옷’이라는 뜻이죠. 최근 데일리 룩과 함께 해시태그(#)를 붙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20∼30대가 주로 활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두 단어를 검색해 보면 당장 몇 천만 장의 일상 속 패션 스타일링 사진이 검색됩니다.

데일리 룩을 올리는 SNS 사용자들은 굉장히 편하게 이미지를 올립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해 셀카를 찍기도 하고 또 신발이나 가방과 같은 특정 부위만을 담은 액세서리 사진을 올리기도 합니다. 최근엔 이런 데일리 룩만을 공유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입니다. Styleshare(스타일셰어), Mapssi(맵씨), StyleFish(스타일피시) 등 세계 100여개 국, 수십 만의 사용자들이 매일 자신의 옷차림을 공유합니다. 이걸로 우리는 따라 해볼 만한, 그리고 참고할 만한 스타일을 만날 수 있습니다. 키워드별로 검색도 가능합니다. 재킷이나 슈트 등으로 검색해 보면 원하는 스타일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당장 옷장에 새로운 옷을 채우는 건 불가능합니다. 또 취향도 하루 아침에 형성되지 않죠. 가능한 한 많이 보고 또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한데 데일리 룩 검색은 간접적으로 많은 옷차림들을 보고 또 마음에 드는 이미지와 스타일을 저장해 둘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간편하고 매력적입니다. 하나 둘씩 모은 이미지들이 내 취향이 되고, 또 어느새 내 옷차림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때부턴 더 이상 내일 뭐 입지 고민하지 않게 될까요? 아니죠. 진정한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대신 즐거운 고민이 되겠죠. ‘내일 뭐 입지.’

지승렬 LF브랜드마케팅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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