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협력에 가슴 뭉클해져”
의사 시장의 생명 존중은 남달랐다. 국내 최대 공기업 사장의 도움도 빛났다. 두 사람의 빠른 판단과 공조가 휴일 업무수행 중 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한 소방관의 목숨을 살렸다.
임시공휴일인 지난 14일 오후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빌라 앞 전봇대의 말벌집을 제거해달라는 전화가 119에 걸려왔다. 근무 중이던 광주서부소방서 노석훈(39) 소방장은 오후 4시 26분 출동했으나 벌집의 위치가 너무 높아 여의치 않자 4시 39분쯤 굴절사다리차를 불러 타고 올라가 벌집 제거에 성공했다. 그러나 무더위에 흘러내린 땀 때문인지 2만2000V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과 얼굴, 상반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노 소방장이 동구 서석동 조선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것은 오후 5시 28분쯤이다.
이 소식은 서구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나라사랑 축제’를 마친 윤장현 광주시장에게 전해졌다.
안과 전문의인 윤 시장은 급히 차를 몰아 조선대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전화로 담당 의사에게 노 소방장의 상태를 물었다. “살 수 있는 확률이 50%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윤 시장은 담당 의사와 협의를 거쳐 감전사고 치료경험이 풍부한 서울 한전병원으로 이송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조환익 한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휴일에 미안하지만 업무 중 사고로 생명이 위독한 소방관을 한전병원에 보낼 테니 의료진을 대기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조 사장은 응급수술을 담당할 전문의 등을 긴급 소집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했다.
6시 35분쯤 응급실에 도착한 윤 시장은 노 소방장이 7시 5분쯤 119 헬기에 실려 서울로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본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 대원의 쾌유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한전병원 의료진은 이송된 노 소방장의 상태를 살핀 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응급수술을 진행, 그를 살려냈다. 노 소방장은 앞으로도 몇 차례의 추가 수술이 필요하지만 21일 현재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시장은 조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열일 제쳐 두고 생명을 구하는 일에 협력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 시장과 조 사장은 한전이 지난해 말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로 옮긴 뒤 친해졌다.
윤 시장은 지난 18일에는 서울 출장 중 노 소방장의 병실에 들러 “살아줘서, 잘 이겨내 줘서 고맙다”며 위로했다. 윤 시장의 페이스북에는 ‘따뜻한 행정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광주=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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