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檢에 “수감 늦춰달라”2007년 3억 전달때 ‘한’ 기재
채권회수목록엔 ‘의원’이라 써


대법원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해 공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었음에도 유죄를 확정한 데에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건넨 1억 원짜리 수표와 함께 한 전 대표 자금관리인의 진술과 장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전 총리의 동생 전세금으로 쓰인 1억 원짜리 수표는 2007년 3월 1차로 건넨 3억 원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가 됐고, 자금관리인의 진술과 장부는 1~3차로 건넨 9억 원이 모두 한 전 총리에게 건네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 단서로 작용했다. 검찰은 수감을 위해 20일 오후 출석을 통보했지만 한 전 총리는 21일 오전 병원 일정과 신변 정리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집행 연기요청 사유서를 제출했고, 검찰은 사유서 검토 후 오는 24일 집행할 예정이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한신건영의 경리부장을 맡아 한 전 대표의 자금을 관리한 정모 씨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일관되게 “한 전 대표 지시로 ‘달러’로 자금을 조성하고, ‘여행용 가방’을 구입해 담은 것은 2007년 3월과 4월, 8월 등 세 번이 유일하다”고 진술했다. 한 전 대표가 세 차례의 자금 마련을 정 씨에게 지시할 때에는 모두 은연중에 한 전 총리를 드러내면서 “은팔찌(수갑) 차고 안 차고는 너 하기 나름”이라며 보안을 유독 강조했다고 한다.

한신건영의 장부에는 이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내역이 존재했다.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종합장부에 한 전 대표는 2007년 3월 1차로 건넨 정치자금 3억 원을 쓰면서 ‘한’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정 씨에게는 “의원님에게 줄 돈”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를 들은 정 씨는 업무 편의를 위해 본인이 만들어 놓은 채권회수목록에 ‘3억 원 지급’으로 쓰고 업체명에는 ‘의원’이라고 기재했다. 이 채권회수목록에는 같은 해 8월 20일 3차 정치자금 중 일부인 ‘2억 원 지급’이 등장한다. 업체명은 기재돼 있지 않았지만, 별도 작성한 세부자료에는 ‘한 의원 경비’로 인쇄돼 있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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