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하세요” 안내방송하지만
일반인 차지… 어김없이 滿席
만삭여성 “바로앞에 서있어도
모르는척 앉아있는 경우 많아”
20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전동차에 임신복을 입은 한 여성이 아이가 탄 유모차를 끌고 전동차에 올랐다.
이 여성은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보고, 급히 발걸음을 옮겼지만, 한 중년 남성이 잽싸게 자리를 차지했다. 양보를 바라는 듯 여성이 남성 앞으로 다가갔지만, 그는 힐끗 여성을 쳐다본 후 아무렇지 않게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힘겨운 표정으로 10분가량 서 있던 여성은 남성이 전동차에서 내리고 난 후에야 자리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서울메트로가 지난 7월 23일부터 임산부 자리에 일반 승객이 앉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롭게 디자인한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2·5호선에 시범 운영한 지 한 달가량 지났지만,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일반인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문화일보 취재팀이 5호선 여의도역에서 왕십리역까지 30분가량 걸리는 구간을 왕복해 1시간가량 살펴본 결과, 임산부석에 임산부가 앉아있거나 자리가 비어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 일반 승객이 자리에 앉아 가는 모습이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외국인들도 종종 눈에 띄었는데, 좌석에 대한 영문 설명이 없다 보니 임산부 배려석을 그저 ‘핑크색 일반 좌석’쯤으로 착각하는 듯했다.
2호선 전동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신도림역에서 왕십리역까지 구간을 총 1시간가량 왕복해 탑승한 결과, 칸마다 2개씩 있는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가 앉아 있는 모습도, 비어있는 모습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한산한 오후 시간대라 빈 좌석이 여러 군데 있었지만, 임산부 배려석만은 어김없이 ‘만석’이었다.
임신 7개월 차인 유모(30) 씨는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면서 “만삭의 몸으로 배려석 바로 앞에서 기다려도 모르는 척 그냥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승객 김모(여·67) 씨는 “좌석 색깔과 문구 때문에 머뭇거리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대부분 자리가 나면 그냥 앉는 것 같다”면서 “결국 일반 좌석과 다를 바 없는데, 홍보나 단속을 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임산부 배려석을 시범 운영한 지난 한 달간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24건으로 ‘자리 양보를 해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안내방송 등을 하지만 자리를 비워두라고 억지로 강요할 순 없는 일”이라며 “시민의식 문제인 만큼 시민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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