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딸을 위해 명퇴를 서두른 그의 목표는 ‘백수(白手)로 백수(百壽)까지 산다’는 것.

제주 해녀를 화폭에 담아온 장리석 화백, 100세를 맞아 백수(百壽)의 화필전 열어.

청년실업자 비율이 늘어나면서 ‘백수’를 주제로 한 노래며 만화 등이 화제가 되는데요. 노래나 책 제목에 ‘취직을 하지 못한 사람’을 뜻하는 ‘白手’와는 다른 한자 조합이 간혹 눈에 띕니다. 잘못 알고 썼다기보다는 약간의 유희를 곁들인 비틀기로 보입니다만 (일하지 않아) 하얀 손으로 기억한다면 한자를 잘못 쓸 일은 없겠지요.

白手는 사전적으론 돈 한 푼 없이 놀고먹는 건달을 뜻하는 백수건달과 동의어지만 실생활에선 일할 의지 없이 허송세월하는 사람보다는 취업준비생과 취직에 실패한 사람들을 아우르는 말로 쓰이지요. 일할 의지만 있으면 취업이 힘들지 않았던 때의 백수와 온갖 자격을 갖춰도 취업이 쉽지 않은 요즘의 백수는 큰 차이가 있지요. 명퇴한 아빠든 취직 못한 아들이든 어느 집 할 것 없이 백수가 한 명쯤은 있다 보니 ‘건달’의 의미는 거의 퇴색했습니다.

한편 나이를 가리키는 말 중 백수(白壽)가 있는데요. 백(百)에서 한 일(一)을 뺀 白은 99세를 가리킵니다. 인용문처럼 百壽를 100세의 동의어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은데요. 100세를 뜻하는 말은 상수(上壽)입니다. 환갑잔치 등에서 주인공에게 장수를 비는 뜻으로 술잔을 올린다는 의미도 있어요. 100세 시대가 되면서 百壽가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는데요. 표준어인 上壽와 함께 복수표준어가 될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77세를 이르는 희수(喜壽), 88세 미수(米壽)를 지나 백수, 상수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건강입니다. 그게 바탕이 돼야 경제활동이든 봉사활동이든 의미 있는 삶이 가능해지니까요.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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