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애교 넘치고… 달콤한 여자… 이게 원래의 제 모습이에요”

‘너를 사랑한…’ 종영“물론 사랑도 하고는 싶지만 지금은 일이 더 신나고 좋아”

SBS 드라마 ‘너를 사랑한 시간’을 마친 배우 하지원(사진)은 참 편안해 보였다. 그가 출연한 작품치곤 성적이 썩 좋진 않았지만 하지원의 표정은 밝았다. 배우로서 그가 원하던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만족감이 큰 덕분이다.

그동안 하지원은 대작에 출연하거나 강한 여성 캐릭터를 주로 소화했다. 한국에서 액션 연기를 가장 잘하는 배우로 손꼽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자기 또래 여자 배우들이 선호하는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역할을 맡을 기회는 적었다. 그런 이유로 ‘너를 사랑한 시간’ 속 자기 일에 충실하고 사랑스러운 여성 ‘오하나’는 하지원이 꿈에 그리던 역할이었다.

“(웃으며)주변에서 ‘넌 왜 힘들고 가난한 역할만 해?’라고 묻곤 했어요. 따지고 보면 그동안 강하거나 보이시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드린 것 같아요.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마냥 가볍지 않고 등장인물들이 나누는 깊이 있는 대사가 좋았어요. 하지원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죠.”

‘너를 사랑한 시간’은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원초적인 질문에서 시작한다. 요즘 흔하게 말하는 ‘남자친구사람’이나 ‘여자친구사람’처럼 친구인지 연인인지 애매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친구 관계였던 오하나와 최원(이진욱)이 서로를 이성으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은 꽤 풋풋하면서도 아슬아슬했다.

“촬영 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남자들은 ‘어렵다’는 반응이었고, 여자들은 ‘가능하다’고 말했어요. 저 역시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함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하정우, 현빈과는 연락도 주고받고 편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물론 ‘너를 사랑한 시간’의 둘의 관계는 더 애틋하죠. 드라마니까요.(웃음)”

이 드라마에서 하지원은 귀여운 매력을 발산했다. 애교 섞인 말투나 편한 복장에 일명 ‘사과머리’를 한 채 집에서 편하게 있는 모습에서 ‘여전사 하지원’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팬들은 그에게 “새롭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하지원은 “이게 원래 내 모습”이라고 강조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드라마를 본 후 ‘그냥 널 보여준 거야?’라고 말했죠. 언제까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만 보여드릴 순 없잖아요. 오하나는 평상시 모습뿐만 아니라 말투, 친구들과의 관계 등도 실제 제 모습이라고 보시면 돼요. 극 중 동생으로 나온 후배가 ‘누나 대사가 너무 리얼해요’라고 말하곤 했죠. 그리고 전 원래 집에서 사과머리하고 있어요, 하하.”

‘예쁘다’는 말보다 ‘연기 잘한다’는 말이 더 반갑다는 천생 배우 하지원. 배우로서 그는 남부럽지 않은 위상을 갖췄지만, ‘여성 하지원’으로서 그의 실제 사랑 이야기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최근에는 중국 유명 배우 천보린(陳柏霖)과 열애설이 불거졌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두 사람이 9월 촬영을 시작하는 영화 ‘목숨 건 연애’에서 남녀 주연 배우로 호흡을 맞추는 터라 작품과 현실을 오가는 하지원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대했던 팬들로서는 다소 아쉬웠다.

“따로 연락할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닌데 열애설이 불거져서 좀 놀랐어요. 사랑이요? 물론 하고 싶죠. 하지만 지금은 일이 더 신나고 좋아요. 배우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면서 ‘여자 하지원’으로서도 더 예쁘게 성장해가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 덕에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지만 실제로 연애도, 결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죠.”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