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 고려대 교수, 前 외교부 차관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로 인해 최고조에 이른 남북 간 긴장이 고위급 접촉으로 반전(反轉)된 것처럼 하반기 우리 외교도 도전과 기회가 중첩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고위급 접촉 결과와 상관 없이 한·중 및 한·미 정상회담, 유엔 및 동아시아 다자협력 외교로 이어지는 일련의 외교 일정을 분명한 목표와 전략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외교안보 전략의 목표는 북핵(北核) 문제의 진전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우호적 외교 환경 조성에 둬야 한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병진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핵과 경제를 다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김정은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선 효과적인 대북 압박 속에 북핵 협상을 가동해 ‘핵 동결’을 이뤄낸 다음 정치경제적 인센티브를 활용해 ‘비핵화 프로세스’를 꾸준히 가동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미국이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전략적 인내’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때까지 기다리는 정책이라지만, 사실상 북핵 문제를 방기(放棄)하는 소극적인 정책으로 변질됐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로 인해 한미일 공조 체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고, 그 결과 미국의 관심과 동력이 더욱 떨어진 측면이 있다. 아베 담화 이후 우리 정부가 한일 관계 정상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으므로, 한미일 공조 체제가 우리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미국도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적극적 행동’으로 나올 것이다.

한미일 공조 체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은 대미 전략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을 다루기 때문에 미·중 관계가 협력보다 경쟁적 요소가 많은 이상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정책이 미중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가설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한국이 설 수 있는 공간은 없다. 북한의 포격 도발 직후 우리의 대북 심리전 전개에서 나타난 것처럼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상황을 ‘벼랑끝 전술’로 맞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는 한국에도 있기 때문에 북한을 미중 관계의 틀 속에서만 바라볼 수 없는 ‘한국 변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북한 문제는 한미중 관계를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한중 및 한미 정상회담에 임할 필요가 있다. 북한 문제는 남북, 한미, 한중, 미중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므로 미중 관계가 아니라, 한미중 관계로 풀어내야 한다.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중 전략대화’의 출범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한국의 의지를 투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미중 관계 못잖게 중요한 게 한중일 관계다. 그간 중일, 한일 관계의 냉각으로 인해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못했으나,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한중일 정상회담 참여를 이끌어내고,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대일 관계를 회복시킨다면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한 주요 메커니즘으로 한중일 협력 체제가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한미일, 한미중, 한중일 관계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해야 한다. 러시아 변수도 소홀히해선 안 된다. 그래야 북핵 문제 해결과 우호적 통일 환경 조성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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