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은 中 3번 방문했는데
김정은은 한번도 못했다’
정권무능 폭로하는 내용
주민·군인들 동요 상당해

체제불안 외부로 돌리려
지뢰·포격도발 감행했는데
南측 확성기 방송 반격에
金 정통성 훼손될까 공포


북측에 의한 ‘8·4 지뢰 도발’과 ‘8·20 연천 포격 도발’로 촉발된 남북 대치 국면에서 북한의 핵심적인 목표가 체제 안정이라는 점이 다양한 정황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극도의 민감성을 보이며 결사적으로 저지하려는 것도 확성기 방송을 통한 심리전이 북 체제를 위협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정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극도의 공포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 전후로 이번 도발을 기획했고, 올 하반기까지 일정한 시나리오와 프로그램에 따라 상당한 수준의 도발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한과 제국주의의 위협’이라는 적(敵)을 만들어 놓고 한반도의 위기를 증폭시킴으로써 체제 내적 불안·불만 요인을 밖으로 돌리고 김 제1위원장의 권력 장악을 돕는다는 차원이다. 이런 시점에 대북 심리전이란 예상치 못한 남측의 대응이 나오면서 체제 내부의 불안·불만 요인이 생기게 된 것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북이 확성기 대북 방송을 막으려고 하는 목적은 정권의 정당성 수호로 요약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확성기 방송에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의 형세를 이어가는 북한의 현실과 김정은 정권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주 재개된 방송에서 우리 군은 “박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중국을 3번이나 방문했으나 김정은은 3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순방은커녕 외국 관광조차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선전하기 때문에 북한군은 “집권 4년 차에 국제사회에 명함도 못 내미는 김정은”과 같은 논평식 방송도 대부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더구나 확성기 방송을 듣는 ‘충성동이’들, 즉 태어나면서부터 수령에게 충성 맹세한 군인이나 주민들의 동요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탈북 북한 군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들은 “휴전선 복무 충성동이들에게 대북 확성기 방송은 처음 들어보는 딴 세상이고, 반복적으로 들으면 심각한 동요를 느끼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최측근 심복이자 군부의 총책임자이며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두말없이 회담장에 나오는 것 자체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위력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의 입장에서 남측의 대북 선전방송이 김 제1위원장의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고 군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북으로서는 이를 좌시할 경우 북한 내부에 어떤 정치·사회적 변동이 생길지 모른다고 여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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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문화일보 /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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