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신호산업단지 르노삼성 부산공장 ‘혼류 생산 시스템’(하나의 조립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한 작업자가 북미 수출용 차 닛산 로그를 조립하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부산 강서구 신호산업단지 르노삼성 부산공장 ‘혼류 생산 시스템’(하나의 조립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들어내는 방식)에서 한 작업자가 북미 수출용 차 닛산 로그를 조립하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상생’ 르노삼성 부산공장지난 19일 부산 강서구 신호산업단지 르노삼성 부산공장 내 조립 작업장에 들어서자 대형 전광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간조의 작업 현황을 알리는 이 전광판에는 오전 10시 51분 현재, 계획된 174대보다 10대가 더 많이 생산됐다는 내용이 표시돼 있었다. 오전 7시부터 시작돼 오후 3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주간조의 이날 작업 계획량은 362대. 이 추세라면 무난한 실적 달성이 예상됐다.

목표량 초과에 딱히 감독관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도 없어 작업 속도를 조금 늦출 법도 했지만, 전광판 바로 아래에서 전선 등을 체결하던 공정 작업자 25명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일에만 열중했다. 이해진 르노삼성 생산 담당 상무는 “원래 작업자들 집중도가 높았다”면서도 “최근 회사 전체적으로 목표 의식이 뚜렷해지면서 자발적인 분위기가 더 커졌다”고 평가했다.


2012년 경영난때 최대 위기
800여명 떠났던 아픔 ‘교훈’

“회사 살려야” 사측과 대타협
7월 임금피크제 ‘통큰 수용’

한 라인에서 6개 차종 조립
시간당 생산대수 40→55대


계기는 지난 7월 22일 이뤄진 르노삼성 노사의 대타협이었다. 보통 3개월 이상 끌던 임금 협상을 한 달 만에 마무리하면서 호봉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부도 쩔쩔매는 노동 개혁을 강성으로 분류되는 완성차 업계의 노조가 찬성률 93%로 받아들였다.

박창민 르노삼성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일단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여야 한다는 데 노사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생산성 향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하면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노조가 ‘생존’이라는 말을 꺼내며 전향적 자세를 보이는 데는 지난 시절 아픔이 한몫했다. 3년 전 경영난이 불어닥치면서 동료 800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2010년 27만5267대에 달하던 부산공장의 생산량은 2012년 14만3967대, 2013년 12만9439대로 반 토막이 났다. 공장 문을 닫는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직원들은 회사의 존폐가 자신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범한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해야 했다.

아픔을 비극이 아닌 ‘값비싼 교훈’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지난해 8월 연간 8만 대 규모의 북미 수출용 닛산 로그 생산이 이뤄지면서부터다. 공장 생산량은 지난해 15만2138대에 이어 올해 21만 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로그 수출 물량도 연간 10만 대로 늘어난다. 이날 만난 부산공장의 한 작업자는 “신발 끈을 조이고 이제 막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 단계”라며 “노사 타협안에 100% 만족하지는 않지만, 지금은 이의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에 직원 대부분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도약의 갈림길에서 생산성 향상이라는 노사 지향점을 확인한 요즘 부산공장은 2017년까지 ‘최고 경쟁력 3개년 계획’에 들어갔다. 르노그룹의 전 세계 44개 공장 중 현재 중·상 정도 수준인 생산성을 이때까지 최상 단계로 올린다는 게 부산공장의 포부다. 이를 위해 공장 자체가 아예 생산성 향상이라는 가치를 체화한 듯했다.

공장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자동 안내 차량(AGV·Auto Guide Vehicle)’이 대표적이다. 일종의 무인 차량 개념으로 부품을 담은 기구가 센서를 이용해 공정을 이동하는 식이다. 또 조립되는 차종에 알맞은 부품이 레일을 타고 전달되는 ‘자동 부품 공급장치’는 작업자들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작업 효율화 덕분에 하나의 조립라인에 로그를 비롯, SM3·SM5·SM7·QM5 등 6개 차종을 동시 생산하는 부산공장 특유의 혼류 생산 방식에도 효율성이 생겼다. 생산 라인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수 있고 추후 생산 차종을 조정할 때도 변경이 쉽지만 아무래도 한 차종만 조립하는 공정에 비해 작업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한정된 시·공간에 다품종 생산 체제를 구축해야만 했던 르노삼성은 이 같은 효율화 전략을 통해 한때 40대 초반에 머물던 시간당 생산대수(UPH·Unit Per Hour)를 현재 55대로 끌어올렸고 연말에는 60대 이상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측이 공장의 앞바퀴를 맡았다면 노조는 ‘자발성’이라는 가치로 뒷바퀴를 굴리는 모양새다. ‘5초 줄인 작업 동작, 우리 공정 경쟁력’ ‘나를 힘들게 하는 숨은 5초 찾기’ 등 작업자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표어가 공장 곳곳에 걸려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상무는 “6월부터 회사가 진행한 ‘공정 개선을 위한 숨은 5초 찾기 운동’에서 2달간 950개의 아이디어 제안이 빗발쳤다”며 “회사의 부흥에 노사가 따로 없다는 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 =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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