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다 자민당 정조회장
“검증하겠다 말한 적 없어”
한발 물러서며 입장 선회

戰犯 심판 결과 뒤집으면
미국과 갈등 빚을라 ‘눈치’
당내서도 비판여론 확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본의 전범을 심판한 도쿄(東京)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과 연합군사령부(GHQ)에 의한 점령정책 등에 대해 재검증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기존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문화일보 8월13일자 6면 참조)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담은 안보법제에 대해 ‘전쟁 법안’이란 일본 국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자칫 2차 대전 전범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있는 도쿄재판 재검증에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자 결국 도쿄재판은 재검증하지 않겠다는 자민당 핵심 관계자의 입장이 나온 것이다.

26일 아사히(朝日)신문과 지지(時事)통신 등에 따르면 GHQ의 점령정책 등을 검증하기 위한 당내 기구 설치를 주도하고 있는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도쿄재판은 검증 대상에서 제외할 의향이라고 밝혔다. 지지통신은 “참의원에서 계속되고 있는 안보법제 심의에의 영향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도쿄재판의 결과를 부정할 의도는 전혀 없으나 판결 이유 가운데 기술된 역사인식은 많이 잘못돼 있어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25일 기자회견에서는 “(도쿄재판 검증을 위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그럴 의도도 없다”고 말해 새로 설치할 검증 기구에 대해 사실상 궤도를 수정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의 이 같은 입장 선회는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도쿄재판 재검증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은 “(검증 계획에 대해)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의견이 25일 자민당 부간사장 회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검증 결과에 따라 국제사회로부터 오해를 사기 쉽기 때문에 일부 회의 참석자들은 “그만두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전범을 심판하기 위해 열린 도쿄재판은 2차 대전 종전 다음 해인 1946년부터 개정했으며 재판부는 1948년 11월 12일 피고인 25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7명에게 교수형, 16명에게 종신금고형, 1명에게 금고 20년, 다른 1명에게 금고 7년이 각각 선고됐다. 도쿄재판에 관해서는 전쟁 당시에는 없었던 형벌 규정으로 피고인을 처벌한 것은 법의 소급 적용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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