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했다는 여당의 ‘총선 필승’ 선창(先唱)은 그 자체로도 부적절했는데, 파문 확산 뒤 여당과 정 장관 측의 반응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키우기에 충분하다. 정 장관은 지난 25일 연찬회 만찬 자리에서 의원과 장관 등 다른 참석자들에게 “제가 ‘총선’을 외치면 ‘필승’을 외쳐달라”고 제의한 뒤 건배를 했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 자체부터 삼가야 했다. 선거 업무를 관장하는 장관으로서 선거 중립을 의심받을 어떤 행동도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정 관계 차원에서 부득이 참석했다면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야 했다. 실제로 다른 장관들은 ‘경제는 하나다’ 등 중립적 건배사를 했다고 한다.

파문이 일자 행자부 측은 “잔칫집에서 덕담한 것” 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새누리당 해명은 더 가관이다. “새누리당이라는 말은 안 했다” “선거가 8개월이나 남았는데”라는 식이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듯하다. 선거가 몇 년 남았더라도 잘못은 잘못이다. 새누리당은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 발언을 문제 삼아 탄핵까지 감행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의 관권개입 시비가 이제 겨우 가라앉았다. 정 장관이나 새누리당이 이런 사정을 조금이라도 기억한다면, 국민 앞에 깨끗이 잘못을 사과하고, 선거 중립을 더 엄정하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옳다.

헌법과 선거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공직자의 정치 중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정부는 선거 중립을 훼손하는 공직자를 엄단할 것을 국민 앞에 약속하고 적극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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