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버튼의 영화로도 제작된 미국 작가 다니엘 월러스의 소설 ‘빅 피쉬’에는 엄청난 허풍쟁이가 나옵니다. 에드워드는 입만 열만 “왕년에 내가…”라며 모험담을 늘어놓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병원을 돌아다녔고, 거인을 정복했고, 인어와 사귀었으며, 허허벌판에 마을을 건설한 영웅이었다고 말입니다. 아들 윌은 이런 아버지를 견딜 수 없습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농담 말고 진실을 이야기해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에드워드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윌은 아버지의 이야기가 완전히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과장, 허풍, 기억의 선택과 거짓이 뒤섞여 있지만 그것은 아버지가 만든 거대한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가 아버지의 세계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리 시대 뛰어난 마술적 사실주의 작가인 월러스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합니다. 최근 출간된 ‘로움의 왕과 여왕들’(책 읽는 수요일)도 그런 작품입니다.

소설은 100년 전 돈에 눈먼 앨리아 매컬리스터가 중국 비단 기술자 밍카이를 납치해, 황무지에 비단공장을 세우고 로움이라는 도시를 만드는 ‘로움의 역사’ 와 앨리아의 마지막 후손인 헬렌과 레이철 자매 이야기가 교차돼 풀려나갑니다. 평생 앨리아의 인질로 살았던 밍카이는 죽어가는 앨리아에게 “자손의 자손이 벌을 받을 것”이라고 저주하며 로움을 떠납니다. 이 ‘저주’는 100년을 떠돌다 헬렌과 레이철에게 돌아갑니다.

헬렌은 너무 못생기고, 동생 레이철은 너무나 아름답지만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비극의 출발입니다. 자신의 추한 모습을 견딜 수 없는 헬렌은 동생을 상대로 엄청난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은 너무 예쁘고, 동생은 너무 못생겼다고. 또 동생이 자신만을 의지하도록, 로움엔 유령이 가득하고 먼 곳에 행복의 도시가 있지만 그곳으로 가는 다리가 끊겼다고 합니다.

언니가 만든 이야기 세계가 전부였던 레이철이 어느 날 언니를 위해 집을 떠나 밍카이가 만든 또 다른 마법의 마을로 가면서 현실과 환상, 마법이 뒤섞이는 거대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밍카이 마을에서 레이철은 진실을 알게 됐지만 분노와 미움으로 이번에는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언니가 만든 이야기 세계에서 살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만든 복수의 이야기 속에 자신을 잃어버립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과장, 기억의 취사 선택과 해석 등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살아갑니다. 그런 점에서 사람들은 모두 작가이고, 세상은 이야기로 가득 찬 곳입니다. 자신이 어떤 이야기 세계를 만드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겠지요. 여러분은 어떤 이야기 세계를 만들고 또 갖고 있습니까.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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