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 중앙대 교수·교육학

북한의 지뢰 도발로 야기된 극도의 군사적 긴장이 남북 간 고위급회담의 합의로 일단은 해소됐다. 과거에도 북한이 전면전 운운하며 우리를 겁박한 일이 여러 번 있었으나, 그동안 좀처럼 받기 어려웠던 북측의 ‘사과’를 받아내고 모처럼 만에 국론을 결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나름대로 큰 의의가 있다.

국내외에서 우려했던 무력 충돌을 피하고 우리의 의도대로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중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불사하고 부상한 전우를 구하기 위해 지뢰밭으로 뛰어들었던 한 부사관의 전우애는 국민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감동 못지않게 이번 사태에서 국민의 주목과 감탄의 대상이 된 것은 이른바 2030세대의 안보 의식이다.

한 매체가 전국의 20대와 30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93.8%가 이번 사태의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답했고, 80% 이상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응징을 주문했으며,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을 계속해야 한다는 응답은 중단해야 한다는 응답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젊은이의 91%는 남북한 간의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군에 자원 입대하겠다고 했으며, 실제로 전역 연기를 신청한 병사들과 비상 소집에 대비하는 예비역들이 있었다.

불과 2년 전 북한이 핵폭탄을 들먹이며 협박하자 서울의 한 여대생이 광화문광장에서 “우리는 죽기 싫어요” 하고 울부짖으며 북의 제의를 무조건 수용할 것을 호소하던 장면과는 전혀 대조적이다. 이번에도 북한이 획책하는 남남분열은 전쟁의 가장 큰 잠재적 피해자인 젊을 층을 중심으로 발생할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전혀 달랐고,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을 귀감으로 삼아야 할 판이다.

미국은 제2차 대전을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로 치렀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는 2차 대전 참전 용사들을 ‘가장 위대한 세대’(the greatest generation)라고 칭송한다. 이들은 죽음의 공포를 무릅쓰고 인류의 공영과 자유를 파괴하는 나치와 일제를 제압하기 위해 치열한 전장에 자원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에게도 미국의 위대한 세대에 필적하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 수뇌부와 정치인, 그리고 교육계에 당부한다.

우선, 국방부, 합참, 그리고 각 군 본부는 이번 결과에 자만하지 말고,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군 기강 확립, 병영 문화 개선, 비리 근절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 국군의 물리적 전투력은 물론 정신전력과 안보관(安保觀)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초월해 대한민국의 안위를 최우선시하는 확고한 안보관을 정치지도자의 가장 기본적인 자질로 인식해야 한다. 집권의 연장을 위해 안보를 이용한 과거 군사독재의 행태도 나쁘지만, 안보를 독재와 등식화하며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의 시대착오적 행위는 국토방위에 젊음을 바치는 장병들에 대한 모독이자 명백한 이적행위다.

끝으로, 일부 교사들의 편협하고 왜곡된 안보 의식을 학생들에게 세뇌(洗腦)시키려는 시도는 교단에서 추방돼야 마땅하다. 국가가 있기에 학교가 있고 교사가 있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북한의 도발을 합리화하려 한다면 이는 국민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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