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받으며 정보자격증 획득
꼼꼼한 학적업무 인정받아
1년만에 무기계약직 전환
“좌절했으면 길 안 열렸을 것”
노동시장 구조의 경직으로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되면서, 사회적 소외 계층인 장애인들의 일자리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비장애인은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다, 장애인들조차도 취업정보 부족으로 일자리를 찾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장애인이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장애가구는 더 빈곤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그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문화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4회에 걸쳐 성공적인 장애 극복 현장을 찾아 소개한다.
“장애를 얻었다고 좌절하고만 있었더라면 길이 열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지금 일자리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희망’을 마음에 담을 수 있던 것이 장애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24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성안고등학교 2층 교무실. 행정실무사 김송희(여·49) 씨는 밝게 웃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학교의 각종 행정 사무업무를 도맡아서 하는 그는 지난 2009년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김 씨는 사고로 인한 장애로 직업을 잃게 되면서 인생에서 큰 좌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장애인 일자리사업의 도움으로 희망을 잃지 않고 행정실무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의 책상에는 주간교육비 지원, 월간 및 주간계획, 복학서류, 전출서류, 편입서류 등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가득 놓여 있었지만 힘든 내색보다는 자기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듯 보였다.
하지만 김 씨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삶이 무너져 내릴 만큼 앞이 캄캄했다.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2009년 출근길에 택시에 받혀 오른쪽 내측 인대가 완전히 손상됐고, 전방 십자인대도 파열돼 걸어 다니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7~8년 동안 근무했던 간호조무사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던 것도 문제였지만, 사업에 실패한 남편을 대신해 당시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상황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고, 정보기술자격증(ITQ)을 획득했다. 자격증을 딴 뒤 병원 등에서 앉아서 할 수 있는 사무직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장애인이 된 그에게 세상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곳곳에 냈던 구직신청서는 번번이 거절됐다.
그런 그에게 장애인일자리사업이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장애인일자리사업은 복지부에서 재정을 지원하는 공공형 일자리 사업이다. 2011년부터 안산시 주민센터 사회복지과에서 저소득층의 서류관리를 돕는 행정도우미로 근무할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그는 적극적으로 일을 도왔다. 중증장애인이 아니면 2년 뒤에 행정도우미 자리를 다른 장애인에게 넘겨줘야 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그러자 기회는 또 찾아왔다. 장애인개발원과 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 학교 내 채용지원에 협약을 맺으면서, 행정도우미 경력을 통해 김 씨도 지난해 초 성안고등학교에 행정실무사로 취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공형 일자리에서 배운 기술을 일반 취업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Jump up 일터로. 장애인채용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행정실무사는 행정전반을 책임지는 업무인 탓에 초반에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하지만 김 씨는 빠르게 적응했다. 행정도우미로 근무했던 행정경험이 행정실무사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그는 올해 초 1년 만에 무기 계약직으로 신분이 전환되면서 고용상태도 안정됐다. 이성미 성안고 교무기획부장은 “친절하고 책임감도 강하며 무엇보다 업무에 철저하다”며 “사실 학적업무가 전출, 전입에만 챙겨야 하는 서류가 10가지가 넘을 만큼 복잡하고 까다로운데 문제없이 처리한다”고 말했다. 김성남 교감도 “사실 처음에는 다른 좋은 자원 대신 장애인을 고용한다는 것에 업무적으로 우려가 조금은 있었다”며 “그러나 (김 씨가) 성실하고 꼼꼼해 이제는 일을 믿고 맡긴다”고 밝혔다. 김 교감은 “다른 학교에서도 이러한 학교 내 채용지원을 확대하면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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