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 문화부 차장

이젠 사람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됐지만 관광객들이 절에 숙박하며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는 10여 년밖에 안 된 프로그램이다. 물론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닦고 싶은 사람들, 마음을 다잡고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이 절을 찾아가곤 했지만 템플스테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이 생긴 것은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1년이었다. 그해 대한불교조계종이 ‘문화 월드컵’을 치르기 위해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을 구성해 템플스테이를 시작했다. 한국의 전통적인 불교문화를 체험해 봄으로써 불교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의 수행 정신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 뒤 템플스테이에 대한 내·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마다 참가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템플스테이는 한·일월드컵이라는 상황 속에서 시작됐지만 이것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삶을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새롭게 나온 북스테이가 관심을 끈다. 북스테이. 말 그대로 책이 가득한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책에 둘러싸여 여유 있게 책을 읽으며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 쉬어가자는 시도이다. 이는 최근 충북 괴산 산골 마을에서 작은 서점 ‘숲 속 작은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백창화, 김병록 부부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도심에서 10년간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했던 이들 부부는 시골 마을로 이주해 집 전체를 책이 있는 공간으로 꾸며 ‘가정식 책방’을 열었고, 그곳에서 묵어갈 수 있는 책방 민박을 운영해 왔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는 이들이 산골 구석에 책방을 내게 된 사연과 자신들처럼 전국 곳곳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쓴 것이다. 책 출간을 계기로 책과 함께, 책과의 하룻밤을 제공하는 곳들이 연대해 북스테이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아직 여섯 곳에 불과하지만 1만2000여 권의 책을 갖춘 파주 헤이리의 모티프 원, 한 극단이 폐교를 개조해 만든 강원 화천의 문화공간 예술 텃밭, 대전 달동네 꼭대기의 대동 작은집, 여행자들이 만든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부산 용두산 공원 인근의 잠 게스트 하우스, 통영의 작은 출판사 남해의 봄날이 동네 건축가와 의기투합해 만든 아트 하우스 봄날의 집 등이 함께한다. 책이 점점 팔리지 않는 시대이기에 이들의 시도는 더 소중해 보인다. 동시에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이젠 책을 읽는 일이 일상이 아니라 일상을 떠나는 특별한 시간이 됐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뜨거운 여름도 저물어 이제 가을이다. 요즘은 휴가와 방학이 있는 여름이 책이 가장 많이 팔리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선선한 가을처럼 책 읽기에 좋은 시간은 없다. 책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 본다면 최소한 손해 보지 않고 가을을 보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굳이 멀리 이들 북스테이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저 자기 집에서 언젠가 읽겠다고 묵혀 둔 책을 꺼내 읽고, 그 순간만이라도 번잡한 일상에서 떠나 여유를 가진다면 그것이 바로 진짜 북스테이다.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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