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노동개혁은 물 건너갔구나 생각했다. 다행히도 지난달 26일 한국노총이 노사정 협상에 복귀한 데 이어 3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오는 10일까지 대타협을 이뤄달라고 노사정위에 주문했다. 또 경제 5단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취업규칙 완화 요구 등 경제계의 의견을 내놓았다. 여야 정치권도 노동 개혁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각각 ‘임금체계 개편’과 ‘재벌 개혁’을 앞세우고 있어 타결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국노총은 협상에 복귀하면서 저성과자 해고 기준이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과 같은 핵심 쟁점에 대해선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노동계의 태도만 봐선 대타협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전직 고용부 장관 등 많은 전문가가 이미 수차례 주장해 왔다. 영국이나 스페인 등 최근 적극적으로 노동개혁을 하고 있는 국가들이나 과거 하르츠 개혁을 단행해 ‘유럽의 병자에서 건강한 여인’으로 다시 태어난 독일에서도 정부가 주도해 추진했다.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30년 전 마거릿 대처 총리보다 강력한 노동개혁에 나섰다. 파업 2주 전에 노조가 사용자에게 파업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파업하게 되면 사용자가 대체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개혁의 골자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과도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인데, 노조 입장에선 그야말로 ‘양보 불가’ 이슈로 보인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사지드 자비드 산업부 장관에게 전권을 줬고, 장관은 집권 2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역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혁이란 아래에서 위로 갈 수가 없고, 항상 위에서 아래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당성 있는 정부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평가 대상 144개국 중 86위로 하위권이다. 최근 아시아생산성기구(APO)의 지표에서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6.5달러로 일본 36.6달러, 싱가포르 42.0달러 등의 경쟁국에 비해 훨씬 낮다. 청년실업 문제는 또 어떤가. 올해 상반기 20∼29세 실업자는 41만 명으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상반기 기준으로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의 선택은 명확하다. 우리 경제의 낮은 생산성을 고착시킨 주범인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가 노사정 합의만 맥 놓고 기다린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정부가 노사의 입장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양측을 설득하면서 중장기 국가경제적 시각에서 올바르게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실업급여 등을 예산안에 반영하고 관련 법안들을 연내에 통과하기 위해선 10일까지 결론을 내야 하는데 벌써 9월 첫날이다. 더욱이 내년은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올해를 넘긴다면 노동개혁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희망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 청년의 미래, 국가의 미래와는 담을 쌓은 듯이 보이는 기득권의 주장에 더 이상 끌려다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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