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무 솔병원 원장이 3일 자신의 진료실에서 인체 척추 모형을 가리키며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나영무 솔병원 원장이 3일 자신의 진료실에서 인체 척추 모형을 가리키며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나영무 솔병원 원장

“7년 전이죠. 중학교 1학년이던 김효주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대한골프협회(KGA) 국가대표 및 주니어 상비군 선수들의 의무지원을 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게 골프 선수 전문 의료시스템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영무(53) 솔병원 원장은 국내 스포츠 의학의 개척자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재활의학과를 전공한 이후 줄곧 스포츠 재활과 통증 재활 치료 분야에 전념해왔다.

2002 한·일월드컵에 출전했던 축구 국가대표팀의 건강을 책임졌던 것도 나 원장이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 의무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월드컵 4강 신화 주역들의 부상과 체력 관리를 도맡았다. 이영표 현 KBS 축구 해설위원 역시 그의 ‘환자’였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건 2008년. KGA의 의뢰로 대표팀 의무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대표팀의 훈련지인 제주 오라 골프장에 이동 진료실을 차렸다. 그때만 해도 골프 의무지원이 생소했기에 모든 매뉴얼을 새로 만들었다. 다른 종목의 노하우를 도입하고 미국의 사례를 연구해 접목했다. 2013년부터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선수들의 부상 예방과 치료를 책임지고 있다. 2004년 개원한 솔병원이 KLPGA의 공식 지정병원이고, 이를 통해 대회 지원을 나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경기 여주 블루헤런 골프장에서 열렸던 KLPGA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다녀왔다. 솔병원의 전문의 1명, 치료사 3명, 간호사 1명, 응급구조사 1명 등으로 구성된 의무팀을 파견해 만전을 기했다. 나 원장은 “검사를 위한 초음파기와 치료를 위한 충격파기 등을 구비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하지만 스포츠에서 부상은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원장이 추천하는 골프 부상 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유연성을 기르는 것이다. 특히 프로 골퍼가 아닌 아마추어들에게 유연성은 절대적이다. 나 원장은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서 굳은 자세로 일하다가 주말에 갑자기 골프를 치는 건 위험한 행위”라며 “스트레칭을 수시로 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국민체조를 10번쯤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나 원장은 현재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영양과 부상의 형태에 관한 설문 조사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체계화해 내년 초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아마도 골프 부상과 관련한 국내 첫 번째 연구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다양한 부상 치료를 담당해오면서 나 원장은 수많은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이미림(25)과 이미향(22)이다. 이미림은 2014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진출하기 전 손목 부상에 시달렸다. 무리한 훈련에 따른 손목 골절로 2개월간의 재활 과정을 거쳤다. 그때 나 원장이 이미림을 도왔다. 나 원장의 전문적 조언과 치료, 이미림의 끈질긴 자기 관리로 이미림은 2개월 후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어 LPGA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나 원장으로선 가장 보람된 순간이었다. 나중에 이미림으로부터 “고맙다”며 퍼터를 선물 받았단다. 이미향도 나 원장의 도움을 받았다. 고질적인 손목 힘줄 염증으로 고생하다가 치료 후 재활에 성공하고 2014년 꿈에 그리던 LPGA투어 미즈노 클래식의 우승컵을 안았다.

나 원장은 “선수들의 부상을 치료하고 그들이 마침내 우승을 일궈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치료와 더불어 선수 자신이 사후 관리를 잘하도록 돕는 게 우리의 임무다. 그 점에서 선수들과 잘 통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골프에서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는 허리다. 일반인의 경우 몸이 유연하지 않은데 무리해서 몸을 구부리고 스윙을 하다 부상을 당한다. 그다음은 어깨와 팔꿈치.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이 팔로만 스윙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프로는 유연성이 좋아 근육을 너무 혹사해 다친다. 특히 손목을 꺾는 코킹 동작에서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부상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나 원장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우 골프로 인한 부상의 부위는 비슷하지만 그 원인은 전혀 다르다”면서 “일반인들이라면 골프를 칠 때 유연성을 염두에 두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장은 축구, 빙상, 야구,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의 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론 골프 마니아다. 1992년 국군수도병원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할 때 처음 골프를 접했고 어느덧 구력이 23년이나 됐다. 요즘에도 한 달에 2회 정도는 필드에 나간다. 80대 스코어는 줄곧 기록하는 편이다. 베스트 스코어는 76타까지 기록했다.

평생 한번 할까 말까 한다는 홀인원도 경험했다. 나 원장의 홀인원은 특별했다. 지난해 6월 경기 여주의 렉스필드 골프장이었다. 이 골프장은 두 달 전 지인이 홀인원을 했던 곳으로 홀인원 축하 기념라운드였던 것. 그런데 지인이 홀인원을 한 6번 홀에서 나 원장은 ‘사고’를 쳤다. 나 원장은 6번 홀에 다다르자 무슨 느낌이 들었던지 갑자기 “꼭 먼저 티샷을 하고 싶다”며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티샷을 먼저 했다. ‘오너 행세’를 하며 120m에서 8번 아이언으로 친 샷은 홀 앞에 떨어지더니 거짓말처럼 시야에서 사라져 홀로 빨려 들어갔다. 지인의 홀인원을 축하하기 위한 리턴매치에서, 그것도 지인과 똑같은 홀에서 ‘특별한 행운’을 안았던 것.

나 원장은 골프와 인생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평정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매번 깨닫는다. 나 원장은 “골프가 올림픽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의무지원시스템은 더욱 체계화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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