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 시작되는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두고 무차별적인 증인 신청이 논란이 되는 가운데,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해 피감기관이나 증인의 ‘로비스트’ 역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한쪽에선 증인 신청을 하고 다른 쪽에선 증인 채택을 막는 웃지 못할 로비전이 국회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4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A 의원 사무실에는 전화가 쇄도했다. 이 사무실 보좌관 B 씨가 C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동료 보좌관들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이들은 다양한 이유를 댔지만 C 씨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는 민원이었다. 심지어 같은 당의 한 보좌관은 직접 C 씨의 측근과 함께 A 의원실을 찾아 증인 신청 철회를 요청하기도 했다.

과거 증인 신청 의원실을 직접 찾아 읍소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임위 전 의원실에 무차별적인 로비를 통해 증인 신청 의원실을 압박하는 행태로 변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좌관들이 자연스레 피감기관 또는 증인의 이해를 대변하기도 한다. B 씨는 “무분별한 증인 신청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정당한 증인 신청에 대해 무조건 이를 막고 보려는 일부 행태나 사실상 ‘로비스트’ 역할을 자처하는 보좌관들도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의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초선 의원은 “국감 증인 채택과 관련, 동료 의원들이 지나가며 ‘그 사람을 굳이 불러야 하나’ ‘거기도 억울하다고 하던데’라고 한마디 하는 게 큰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한 새누리당의 중견 보좌관은 “한 의원실에서 대기업 총수나 주요 인사를 증인으로 채택하려 한다는 게 감지되면 전방위적인 로비가 이뤄진다”며 “차라리 본인이나 실무자가 의원실을 찾아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면 되는 것을 괜히 힘센 의원이나 기관의 힘을 빌려 증인 채택을 막으려다 더 큰 문제로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민간인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관행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국감은 철저하게 정부가 얼마나 예산을 잘 집행했는지 등에 집중하고 꼭 필요한 증인은 최소한의 기준을 미리 마련하는 한편, 기업 관련 이슈는 따로 국정조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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