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형태 사회적기업 눈길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빈국 아이들에게 재활용 비누를 공급해주는 ‘글로벌 소프 프로젝트(Global Soap Project)’는 우간다 출신의 미국 이민자인 데릭 케욘고의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 의문은 ‘호텔에서 투숙객들이 쓰다 남긴 비누는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것이었다. 선진국 호텔에선 투숙객들이 쓰다 남긴 비누는 버리고 새것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선 버리는 비누조차 없어 위생관리에 취약한 아이들이 설사, 폐렴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이내 ‘호텔에서 버려지는 비누를 모아 새 비누로 만들어 가난한 나라에 보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호텔에서 버려지는 비누를 재활용해 새 비누를 가난한 나라에 기증하는 사회적기업을 만들었다. GSP는 현재 힐튼, 하얏트, 메리어트 같은 세계적 호텔 체인을 비롯한 300여 곳의 호텔 파트너, 주요 국제보건단체들과 함께 4대륙 30여 개국 이상에 비누를 공급하며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선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GSP처럼 사소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해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돕고 있는 사회적기업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주목된다. 7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강원 강릉시에서 친환경 비누를 만드는 사회적기업인 유한회사 천향(www.skysop.kr)은 지역 장애인과 취약계층이 주축이 돼 운영되고 있다. 화학첨가물과 방부제를 넣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천연재료를 추출해 만든 저자극성 비누를 제조해 호평을 얻고 있다.
러닝투런(www.000gan.com·사진)은 옷을 만들고 남은 원단을 최소화해 버려지는 원단이 없도록 옷을 제작하는 소셜벤처다. ‘옷을 만들다 남은 원단은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이 회사가 설립된 계기가 됐다. 이 회사에서 옷을 만들 때 원단의 버려지는 부분은 전체의 5% 이하다.
이와 함께 ‘예술을 통해 지역을 재생한다’는 기업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골목에 ‘000간’(공공공간)이라는 공간을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소규모 봉제공장들과 협력해 남은 천을 재활용해 독특한 디자인의 셔츠, 방석, 앞치마, 가방 등을 제작하고 판매·전시한다. 000간의 숫자 ‘0’은 비어있는 곳이 다양한 것들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손쉽게 안 쓰는 제품을 처리하면서 기부도 하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소셜벤처가 있다. 기부자를 뜻하는 도너(donor)와 간식을 뜻하는 도넛(donut)의 합성어인 도너도넛(donordonut.com)은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물품을 기부하거나 다른 사람이 기부한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도너도넛은 이 아이디어로 지난 2012년 소셜벤처 경연대회 일반 아이디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부자는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물품 또는 자신의 재능을 쉽게 기부할 수 있다. 개인, 단체, 기업들이 기부한 물품을 구매하면 수익금은 구매자가 선택한 후원단체에 기부된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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