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작가 김구림 & 40代작가 김영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서화가 추사 김정희(1786~1856),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우성 김종영(1915~1982)은 19세기와 20세기라는 다른 세기를 살았음에도 서(書)와 조각(彫刻)에서 극도의 응축미와 단순미를 통해 우주의 질서와 본질을 탐구했다. 아방가르드의 선구자인 원로 작가 김구림(79)과 ‘제자의 제자인’ 젊은 작가 김영성(42)은 세대차에도 불구하고 사진, 오브제, 페인팅 등의 다양한 기법으로 현대사회의 폐해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시대와 시대, 세대와 세대는 달라도 치열한 예술혼으로 한목소리를 낸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하며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와 수송동 OCI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린다.
학고재갤러리는 11일부터 ‘불계공졸(不計工拙)과 불각(不刻)의 시공(時空)’이라는 제목으로 추사와 우성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추사는 70평생 벼루 10개를 구멍 내고, 붓 1000자루를 닳게 하며 글씨의 근본을 집요하게 탐구한 끝에 ‘잘되고 못되고’를 계산하지 않는 불계공졸의 경지에 이르렀다. 우성은 인체에 제한된 조각 모티브에 대한 회의와 방황 끝에 추상조각의 세계에 들어서며 ‘조각은 하지만 깎지 않는다’고 불각을 선언했다.
시대를 달리하며 장르도 다른 두 작가의 작품에 대해 학고재갤러리는 “우성의 ‘미는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내재되어 있는 형(形)을 자연에 다시 되돌려주는 것이다’라는 ‘불각’과 ‘통나무같이 고박(古樸)하고, 고졸(古拙)한 사물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추사의 ‘불계공졸’은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며 “비록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작업을 했지만 두 분 모두 본질에 대한 탐구를 통해 얻은 ‘단순한 구조의 미’를 토대로 진리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시서화에 능통한 부친을 뒀고 자신도 서예에 조예가 있었던 우성은 추사를 평생동안 자신의 사표로 삼았다. 전시회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우성의 서예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11일부터 10월 14일까지. 02-720-1524
OCI미술관에서는 열리는 전시 ‘그냥 지금 하자’에서는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세대가 다른 팔순 작가와 40대 작가의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다.
전시 기획 배경에 대해 OCI미술관은 “세대는 달라도 두 분 작가 모두 ‘문명’과 ‘생명’을 강조하고, 사진, 오브제, 페인팅을 자유롭게 활용한 해체적인 콜라주와 입체의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 등 공유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미 1960년대부터 실험영화, 대지미술, 메일아트, 개념미술, 퍼포먼스 등의 전위예술로 시대를 앞서온 김구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다양한 전 작업들 중 문명과 생명에 관한 신작인 대형 설치와 영상을 비롯해 회화, 콜라주에 이르는 작품들을 선택적으로 선보인다. 신작 ‘음과 양-무덤’(2015)에서는 무덤 속 인체형상과 길을 잃은 수십 개의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통해 물질문명 속 인간의 소외를 지적하며, 영상 작품 ‘진한 장미’(2014)에서는 본인의 내레이션을 통해 인간 본연의 태도를 이야기한다.
1990년대부터 생명체들이 ‘생명 없는 물체’와 뒤섞여 그 생을 위협받는 물질문명 사회의 양상을 함축하는 ‘무·생·물(無·生·物)’ 개념을 꾸준히 탐구해온 김영성 작가는 1990년대의 콜라주, 입체 작업을 비롯해 근작으로 치밀한 묘사가 인상적인 극사실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편 전시의 제목이 된 ‘그냥 지금 하자’에 대해 젊은 작가 김영성은 “선생님에게 언젠가 함께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자 ‘뭘 나중에 해, 그냥 지금 하자’고 답해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OCI미술관은 ‘그냥 지금 하자’는 시대의 유행, 조건 등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술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두 작가의 거침없는 작가 정신을 함축한 말이라고 부연설명을 했다. 전시는 10월 25일까지. 02-734-0440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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