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늘부터 사랑해’ 열연 주목포털사이트에서 배우 고윤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김무성’이 가장 먼저 나온다. 맞다. 고윤은 바로 그 정치인의 아들이다.

고윤과 처음 만난 방송가 관계자들은 그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던 그의 가족 관계가 공개되면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쏠린다. 하지만 고윤에 대한 관심은 결국 ‘누군가의 아들’이 아니라 ‘배우 고윤’으로 끝난다. 신인 배우로서 그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드라마 ‘아이리스2’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영화 ‘국제시장’과 ‘오늘의 연애’에서 안정된 연기로 관객의 눈도장을 받았다. MBC ‘호텔킹’과 ‘미스터 백’ 등 다양한 드라마에서도 활약을 보이던 그는 최근 종방된 KBS 2TV ‘오늘부터 사랑해’에서는 여심을 흔드는 매력적인 바리스타 정윤호 역을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뷔 2년 만에 ‘마이너’가 아닌 ‘메이저’로 발돋움한 것이다.

“처음부터 분량이 많았던 건 아닌데 작가님이 좋게 봤는지 분량을 늘려주셨어요. 드라마 속 정윤호는 바람둥이지만 제 실제 성격은 그렇지 않답니다.(웃음) 두 명의 누나가 어릴 적부터 상담을 자주 해줘서 여성 심리를 잘 파악하는 편이에요. 이런 모습이 작품 속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연기 전공자가 아닌 그가 배우가 되기 위해 선택한 길은 험난했다. 미국에서 회계학을 공부하다가 정체성이 흔들려 귀국 후 스물한 살 때 군대에 갔다. 주변 유학생들은 “아까운 나이에 간다”고 말했지만 이 기간은 고윤이 자신을 돌아보며 “연기를 하겠다”고 진로를 정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취직이 잘 된다 해서 회계학을 선택했지만 그게 답이 아니었단 걸 깨달았죠. 제대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부모님께 알리지 않고 세간살이를 팔아 마련한 돈을 갖고 한국으로 왔어요. 반지하 집에서 자취하며 연기를 배웠죠. 그러다 예비군 동대에서 제가 입국했다고 집으로 연락하면서 부모님이 제 행보를 알게 되셨어요. 다행히 미국 학기가 시작되기 전 결과물을 가져오면 제 뜻을 인정해주겠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매달렸어요.”

187㎝의 훤칠한 키와 세련된 외모를 가진 고윤은 유명 매니지먼트사로부터 계약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것을 경험하기 위해 영화 ‘가문의 수난’의 연출부 스태프로 들어갔다. 신인 배우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현장감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스태프의 눈에 띈 고윤은 이 제작사가 드라마 ‘아이리스2’를 만들며 단역을 얻게 됐다.

“‘아이리스2’ 때는 이름 없는 저격수 역을 맡았다가 5회쯤부터는 출연 분량도 많아지고 이름도 생겼죠. 주어진 역할은 작았지만 제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비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CJ에서 투자배급하는 영화 2편에 출연했는데 두 영화를 본 관계자가 “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며 “여러 얼굴을 가졌다”고 말해주셔서 기뻤어요. 배우로서 제가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많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죠. 이제 시작인 만큼 서두르지 않고 성실하게 달려보려 합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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