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한반도 미래문제 한·중 본격 논의 시작한 듯
내달 한·미 정상회담서도 새로운 구상 전달할듯
집권 후반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극적 해법으로 ‘남북통일’을 제시하면서 남북은 물론 동북아 외교관계의 일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통일 구상이 남북한의 자주적 협의에 기초한 연합제 또는 연방제 방식이었다면 박 대통령은 남북대화 및 교류와 함께 미국과 중국 등을 통한 외교적 통일협력체제 구축을 한반도 통일의 양대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통일 방안은 남북뿐만 아니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 전체의 문제라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박근혜 독트린’의 핵심인 통일 담론에 대한 인식 변화는 2박 3일 일정의 중국 방문 뒤 귀환길에 오른 4일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단초가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발언 첫머리에 “한반도 평화통일 문제와 관련해 사실은 북핵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들, 긴장 상태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이런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느냐 할 때 그 귀결점은 평화통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핵 문제나 이런 것을 다 해결하는 궁극적이고 확실한 가장 빠른 방법도 평화통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7일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 통일 논의와 관련, “그만큼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조 차관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통일 문제를 한·중 정상이 심도 있게 논의했고 그런 사실을 밖으로 얘기도 했는데, 10년 사이 한·중 관계의 흐름으로 보면 얼마만큼 큰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과거에는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문제에 대해 한·중 간에 대화 자체가 어려웠지만, 이제 극도로 예민한 한반도의 통일과 미래에 관해 마음을 열어 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의 새로운 통일 담론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면서 사실상 해결 방안을 한반도 통일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그동안 미·중·일·러와 함께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을 시도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6자회담이 지난 2008년 이후 장기간 공전 중인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기존 6자회담 구조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고, 남북통일이 오히려 북핵 문제를 푸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는 과거 북핵 문제와 남북통일이 별도의 궤도 위에서 움직이던 역대 정부와는 다른 접근 방식이기도 하다. 남북이 통일되면 북핵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박 대통령의 ‘중국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식(3일) 참석은 이 같은 한반도 통일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시 주석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그래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같이 협력해 나가기로 그렇게 이야기가 된 것이고,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 나갈 건가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깊숙한 얘기는 할 수가 없지만’이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해 시 주석과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10월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통일→북핵 문제 해결’ 구상을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박 대통령의 역발상은 이 문제가 방치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인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연구원과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 등은 올해 초 북한 관련 웹사이트 ‘38노스’에 올린 북핵 확대 3가지 시나리오에서 “최악의 경우 북한은 오는 2020년까지 최대 100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황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북한이 ‘핵강국’ 지위를 확보하면 동북아의 모든 외교·군사적 지형은 한순간에 변하게 된다. 워싱턴DC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는 한국과 일본이 자위권 차원에서 독자적인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북한과 한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핵무기 개발은 중국에도 중대하고 절대적인 안보 위협이기도 하다. 오바마 행정부 내부에서는 그동안 유지됐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붕괴가 동북아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감이 존재한다. 박 대통령은 기내 간담회에서 “주변국, 더 나아가 세계도 암묵적으로 ‘이것은(한반도 통일) 좋은 일’이라고 해서 동의를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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