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인력공급업체를 등록, 설립한 후에 사장으로 취임한 백진철은 취임 다음날에 기가 막힌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한랜드 시민증’이다. 이제 밀입국자가 아닌 것이다. 이것은 모두 김광도의 후광이며 그 뒤에 한랜드 정부가 있기 때문이다. 인력공급업체 사명(社名)은 ‘일성상사’, 백진철은 본격적으로 ‘한강회’ 회원을 모으기 시작했다. 탈북군인은 일반 탈북자와 달라서 군사훈련이 잘 되어 있는 데다 규율에도 익숙해서 조직원으로 적격이다. 오후 6시 무렵, 일성상사에서 돌아온 백진철이 김광도에게 보고했다.

“모집한 인원 중에서 고른 한강회 간부급 인적사항입니다.”

백진철이 김광도에게 서류뭉치를 내밀면서 말을 이었다.

“이 전무님 하고 같이 면접을 보았습니다.”

이 전무는 한랜드 내무부에서 파견된 위장 직원이다. 김광도는 ‘한강회’의 간부급을 고를 때 내무부 직원을 참석시키도록 부탁한 것이다. 장현주가 남자도 포섭했을지 모르기 때문인데 안종관은 즉각 협조해 주었다.

“장교 출신도 둘이나 있군.”

서류를 훑어본 김광도가 머리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다시 새 인생을 시작하는 거야.”

한강회는 이제 100명 정도의 조직원을 갖췄으니 러시아의 라진 조직에 이어서 두 번째 세력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조직력이나 경륜이 턱도 없이 부족하다. 김광도가 말을 이었다.

“우리 한강회도 그렇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런데 그날 밤 실크로드에 한 무리의 관광객이 찾아왔다. 모두 한국인이다. 이제는 한랜드의 카지노와 겨울여행, 유흥관광이 유명해져서 하루에도 수천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실크로드에 한국인들이 오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한국인 손님들이 지난번 만났던 조상규 일행이었다. 손님은 모두 여덟 명, 보스로 보이는 40대쯤의 사내를 중심으로 셋이 방 하나를 차지했고 조상규는 다른 넷에 포함되어 옆방에 들었다. 장현주가 방에 들어가 주문을 받고 나오더니 김광도에게 말했다.

“사장님, 잠깐 뵙자세요.”

그들이 올 때부터 주시하고 있던 백진철이 그 소리를 듣더니 김광도를 보았다.

“제가 가지요, 형님.”

“인마, 네가 사장이냐?”

쓴웃음을 지은 김광도가 보스의 방으로 들어가 인사를 했다.

“김광도라고 합니다. 오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정중히 머리를 숙인 김광도가 보스 앞에 명함을 놓았다. 보스가 웃음 띤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경험이 별로 없으신 것 같은데 장사 잘하십니다.”

“아닙니다, 아직 부족합니다. 많이 지도해 주십시오.”

“옆방에 있는 조상규 알지요?”

불쑥 보스가 물었고 둘러앉은 사내들의 시선이 김광도에게 모여졌다.

“예, 한 번 뵈었습니다.”

김광도가 웃음 띤 얼굴로 보스를 보았다. 파카를 벗은 사내는 스웨터 차림으로 단단한 체격이다. 가는 눈, 굵은 콧날, 꾹 다문 입술에 관록이 느껴졌다. 그때 사내가 말했다.

“우리도 곧 근처에 영업장 세 개를 운영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나도 인사차 온 것이죠. 잘 부탁합니다.”

아직 사내는 명함도 주지 않았고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김광도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잘되시기를 바랍니다.”

마침내 조상규 일당이 진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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