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규섭 / 서울대 교수·커뮤니케이션

지난 3일 4개 광고단체가 공동으로 포털 사이트의 뉴스 유통 구조를 개선하는 법률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국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제기했고, 새누리당은 네이버 이해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차라리 포털들이 현행 뉴스 유통 방식의 종료를 선언하는 결자해지(結者解之) 결단을 내리면 어떨까.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토머스 패터슨 교수는 과도한 언론 경쟁으로 뉴스의 연성화, 센세이셔널리즘, 해석적 저널리즘, 막무가내식 비판 저널리즘이 폭증했고, 정치 혐오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증가시켰다고 진단했다. 매튜 켄츠코프 시카고대 교수나 제임스 해밀턴 스탠퍼드대 교수는 언론 생태계의 붕괴는 양 극단적 언론 매체를 양산한다는 것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언론의 생태계 붕괴가 가장 빠르고 극단적으로 진행된 나라가 한국이다. 2005년과 2014년 사이 인터넷 언론은 286개에서 5950개로, 신문은 2989개에서 4023개로 각각 폭증했다. 포털들의 기이한 비즈니스 모델 때문이다. 포털들은 아직 누구도 플랫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던 때 헐값에 유력 언론들과 제휴계약을 하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해 왔다. 현재 네이버의 광고 수입은 지상파 방송 3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포털들은 기사를 무작위로 제시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신뢰성과 무관하게 어느 언론사든 네이버와 제휴 계약만 하면 유력 언론과 유사한 수준의 노출을 보장받을 수 있다. 군소 언론들에 노출은 곧 권력이고 돈이다. 뉴스 어뷰징(트래픽 유입을 위해 유사한 기사를 계속 전송하는 행위)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은 기업들을 상대로 협박까지 일삼는다. 포털 입장에서는 주류 언론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이들 ‘대체재’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함부로 할 수도 없다. 반면, 기사 생산단가가 높은 주류 언론들의 채산성은 악화 일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하는 언론 생태계가 형성된 것이다.

최근 이런 구조가 사회 문제로 대두하자 포털들은 잇달아 정치적 타협안들을 내놨다. 우선, 언론사들에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신규 제휴 언론사를 심사하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과 공동으로 공식 댓글 난(欄) 신설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혁신이 아닌 정치적 해결책을 찾다 보니 정보·기술(IT)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판사 출신의 법조인이나 언론인 출신이 맡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과연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사이 글로벌 IT 기업들은 무인 자동차 등 세상을 바꾸는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런 비즈니스 모델은 철저히 국내용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에도 국내 포털처럼 언론사의 기사를 서버에 저장해 자체 트래픽화하는 사이트는 찾을 수 없다. 이런 편안함에 안주하다 보니 국외 시장 진출에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국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절박함이 있을 리 만무하다.

과거에 포털들은 벤처인들의 롤 모델이었다. 그러나 과연 과거의 야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포털들은 언론 생태계의 건강성을 담보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언론 생태계 복원과 제2의 도약을 위해 현 뉴스 유통 방식을 내려놓을 때다. 건강한 여론이 있어야 기업 하기에 좋은 나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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