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며느리한국 사회에서 고부 갈등은 풀기 어려운 숙제 같다. 중장년 여성이 선호하는 일련의 드라마에서 고부 관계를 주요 소재로 차용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그만큼 상투적이고 진부한 것이 바로 드라마의 고부 갈등이다. KBS 2TV 미니시리즈 ‘별난 며느리’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이다. 방송가의 최근 경향을 반영한 듯, 드라마에 예능 요소를 결합시켜 기존 드라마와 다른 파격적인 형식이 눈길을 끈다.

한때 잘나가다가 이제는 한물간 4인조 걸그룹 멤버 오인영(김다솜)의 종갓집 며느리 체험이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다. 하지만 전혀 다른 유형의 시어머니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대하는 며느리들, 여기에 가상 며느리로 종갓집 체험을 하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부 관계가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화장과 튀는 패션 감각으로 강한 인상이지만 여리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걸그룹 루비 멤버 오인영은 한창 잘나가는 후배 걸그룹 멤버를 폭행하는 사고를 친다. 그러잖아도 그룹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했는데 돌발 사태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기획사 대표이자 종갓집 사위 강준수(기태영)는 오인영에게 리얼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재기를 노리라고 제안한다. 궁지에 몰린 처지인 데다가 가수 생명을 연장시킬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그녀는 대표의 제안대로 종갓집 며느리 체험에 나선다.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해도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에 온갖 모양새를 내고 종갓집에 도착한 오인영은 그녀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25대 종부, 그러니까 가상 시어머니인 양춘자(고두심) 때문에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봉착한다. 하지만 대학교 수학과 교수인 그녀의 가상 남편 차명석(류수영 분)은 보수적이고 고지식해서 연예계 생활에 익숙한 오인영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바람 잘 날 없는 오인영의 종갓집 체험은 고스란히 촬영되어 방송으로 나가지만 시청률이 저조해서 그녀의 가수 활동 재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 전혀 다른 성격의 청춘남녀가 가상 부부로 만났다가 실제 사랑에 빠지면서 리얼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진부하게 답습한다. 오인영과 차명석이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가까워지면서 양춘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리고 요리를 전혀 못 할 것 같은 오인영이 양춘자의 장맛을 구별하는 것은 물론 음식 간을 보는 데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면서 가상의 고부 관계에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시어머니에게 할 말 다할 정도로 자기주장이 강한 양춘자의 둘째 며느리 김세미(김윤서)가 집안 살림과 일 때문에 힘들어하고, 같은 동사무소에서 함께 근무하는 시어머니 장미희(김보연) 때문에 매사가 곤혹스러운 양춘자의 딸 차영아(손은아)가 겪는 고부 갈등은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차기 동장 선거에 후보로 출마하여 약수터와 양로원에서 선거운동 경쟁을 하는 상황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현실에서 가벼운 웃음을 유발하겠다는 의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황당하게 연출된 극적 상황들에 개연성을 부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을 드라마에 차용하여 색다른 웃음을 만들어내기 전에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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