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빌려타고 즐기는 ‘4대 명소’
가을이야말로 자전거 타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청량한 대기 속에서 가을 풍경을 가르며 페달을 저어 달리는 자전거 하이킹은 얼마나 상쾌한가. 하지만 마니아 수준의 동호인이거나 여행 목적 자체가 ‘자전거’가 아니라면, 여행길에 자전거를 가져가는 건 여러모로 불편한 일이다. 값비싼 마니아용 자전거는 아니지만, 하이킹을 즐길 만한 생활자전거를 빌려주는 여행지가 곳곳에 있다. 이런 곳들은 대개 매혹적인 자전거 도로를 갖추고 있는 건 물론이다. 가을철 여행 명소 중에서 잠깐 생활자전거를 빌려 타고서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곳들을 골라봤다.
에코공원 앞에서 강을 끼고 금강로하스 대청공원을 지나 물홍보관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좋다. 오르막이 없어 경관을 즐기며 느긋하게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물홍보관까지 왕복 30∼40분 남짓. 자전거 타기에 좀 더 자신 있다면 대청호수로를 따라 찬샘마을을 거쳐 냉천골까지 다녀와도 좋겠다. 1㎞ 남짓의 오르막이 좀 힘들긴 하지만, 이 고갯길만 빼고는 그다지 어려운 구간이 없다. 고개 정상인 찬샘마을에서 냉천골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되돌아올 때를 생각하면 반대로 오르막 구간이라 걱정스럽긴 하지만 주변의 경관이 노고를 보상해준다. 특히 가을이면 대청호반의 단풍이 붉고 노랗게 물들어 빼어난 풍경을 보여준다.
◇ 가을 강을 따라가다…곡성 섬진강변 = 전남 곡성은 섬진강 기차마을로 유명한 곳. 증기기관차가 기차마을과 가정역을 오간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가정역 맞은편 섬진강천문대 옆에 있는 곡성 청소년 야영장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2인용 자전거와 4바퀴짜리 가족용 4인승 자전거도 있다. 곡성의 섬진강변 자전거 코스는 총 3코스다. 첫 번째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서 두가교를 거쳐 오는 코스. 잘 정비된 전용도로로 평탄한 길을 따라 느긋하게 달리는 길이다. 왕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 코스가 너무 짧다면 두 번째 코스를 택하면 된다. 두 번째 코스는 두가교, 뺑덕어멈고개, 고리실 나루터, 호곡 나루터를 거쳐서 다시 청소년 야영장으로 돌아오는 2시간짜리 코스다. ‘뺑덕어멈’이라 이름 붙은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하고 중간중간에 비포장도로도 있어 제법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만 섬진강의 정취를 흠뻑 맛볼 수 있는 추천할 만한 코스다. 반환점인 호곡 나루는 마지막까지 섬진강 줄배가 남아있던 나루터다. 왕복 1시간 30분쯤이면 넉넉하다. 3번째 코스는 2코스의 반대방향인 구례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압록유원지로 이어진다. 속도를 내기 좋은 길이지만, 차도라서 주행하는 차량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보성강과 섬진강이 합류되는 압록유원지의 풍경이 좋다. 2코스와 소요시간이 비슷하다.
◇해변과 염전을 가르는 길…증도 = 전남 신안의 증도는 여의도 3배 남짓의 크기다. 다른 여행지처럼 ‘볼거리’를 찾아 차를 타고 바쁘게 이동한다면 증도의 명소는 반나절도 안 돼 다 돌아볼 수 있다. 그러나 증도의 진면목은 느린 속도로 이동할 때 더 잘 보인다. 사실 증도의 가장 큰 매력은 한적함이다. 증도의 한적함을 제대로 누리는 방법은 ‘빈둥거림’이다. 자전거야말로 이런 여행에 딱 맞는 이동수단이다.
해제 반도 끝의 작은 섬인 증도는 643만㎡(140여 만 평)의 광활한 태평염전으로 이름났다. 태평염전은 단일염전으로 국내 최대 크기의 염전이다. 노을이 지는 저물녘에 자전거를 빌려 타고 황금빛 햇살을 가르며 소금을 거둬들이는 염전의 전봇대를 따라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이 그만이다. 태평염전이 보여주는 것은 ‘소금’이 아니다. 가둬둔 바닷물이 한나절 볕에 소금 결정으로 맺히고 그걸 염부들의 고된 노동으로 소금으로 거둬들이는 마술 같은 과정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여기다가 끝없이 늘어서 있는 소금창고와 창고를 따라 이어지는 나무 전봇대의 이국적인 정취도 한몫해 준다. 증도에서는 정해진 자전거코스가 없다. 걷기 코스인 ‘모실길’의 총 42㎞ 구간 중에서 내키는 코스를 택해 달려도 좋고, 정해진 코스 없이 해안과 갯벌을 따라 달려도 좋다. 신안해저유물발굴 기념비에서 증도면사무소 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오르막 구간이 심심찮게 나타나지만 낙조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자전거는 짱뚱어다리 앞에서도, 태평염전에서도, 엘도라도리조트 안에서도 빌릴 수 있다.
◇물 위의 다리 위를 달리다…화천 산소길 = 강원 화천에는 ‘산소길’이 있다. 북한강변을 따라 42㎞에 걸쳐 조성된 경관 트레일 코스인데 걷기에도, 자전거를 타기도 좋은 길이다. 이 길을 달리면 푸른 호수와 주변 산자락이 뿜어내는 차갑고 맑은 공기로 가슴을 씻어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3∼4시간쯤 걸린다. 산소길은 특히 숲속길(1㎞)과 북한강 위로 지나가는 수상길(1㎞),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2㎞) 등 코스마다 경관이 달라 지루하지 않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출발지점은 붕어섬 입구. 이곳의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곳에 비치한 자전거는 생활자전거가 아니라 산악자전거와 미니벨로다.
출발지는 붕어섬이다. 딴산과 살랑골, 원천리 통통다리, 서오지리연꽃단지 등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시골마을들을 돌아본다. 붕어섬에서 연꽃단지를 다녀오고 미륵바위와 꺼먹다리, 딴산유원지, 토속어류생태체험관을 다녀오면 왕복 36㎞쯤 된다. 위라리와 대이리 살랑골 사이의 험한 산길을 돌아가기 위해 만든 강상(江上) 도로는 꼭 들러봐야 한다. 강상 도로는 상자형 부유구조물(폰툰) 위에다 나무로 다리를 깔아놓아 강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을 주는 수상길이다. 강상 도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와도 좋고, 체력에 자신 있다면 내친김에 울창한 용화산 숲길까지 이어 달려도 좋다.
글·사진 =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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