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국기원에서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 새처럼 질서 정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단 옆차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국기원에서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 새처럼 질서 정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이단 옆차기 동작을 선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지난 3일 ‘위대한 태권도’ 상설 공연의 안무(왼쪽 사진)와 공중 발차기 격파 훈련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원들이 지난 3일 ‘위대한 태권도’ 상설 공연의 안무(왼쪽 사진)와 공중 발차기 격파 훈련을 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국기원 경기장에서는 태권도 상설 공연을 위한 훈련이 한창이었다. 하얀 도복에 검은 띠를 맨 ‘태권 청년’들은 음악에 맞춰 절도 있는 동작을 선보였다. 3∼4명이 떠올라 한 줄로 날아가며 이단 옆차기를 하거나, 한 선수가 공중에 떠 5차례나 발차기 격파를 하고 내려오는 고난도 기술을 다듬었다.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은 일반적인 태권도 시범과 달리 스토리를 가미, 태권도 시범을 ‘종합 예술 공연’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은 8월 29일부터 ‘위대한 태권도’ 상설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을 밝히는 태권도’라는 주제로 매주 월∼금요일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다. 시범단은 매일 오후 2시부터 1시간∼1시간 30분 동안 무대 리허설을 하고, 이어 그룹별로 기술 훈련을 한다.



무술 공연을 하다 보니 자주 다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타박상이고, 공중에 떴다가 착지할 때 발목을 삐끗하는 경우도 많다. 어려운 기술들을 펼쳐야 하고 부상이 잦기에, 같은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대역을 1∼2명씩 준비해 둔다.

국기원 시범단 전체 정원은 90명이다. 현재는 상근 시범단 18명(정원 25명), 비상근 시범단 65명 등 83명이 활동하고 있다. 83명에는 감독 1명, 수석코치 1명, 성인 시범단 코치 1명, 어린이 시범단 코치 1명 등 지도자 4명이 포함돼 있다. 상근자 18명 가운데 남자 단원이 14명이고, 여자 단원은 4명이다.

상근 시범단은 올해 처음 창설됐다. 단원은 상설 공연을 위해 지난 3월부터 모집했다. 만 19세 이상, 태권도 3단 이상, 해외 파견에 결격 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게 조건이다.

태권도는 크게 겨루기, 품새, 시범으로 나뉜다. 겨루기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다. 품새도 세계선수권대회가 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딸 수도 없고, 개인이 아닌 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해야 하는 시범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범단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종갑 국기원 기획전략팀장은 “겨루기, 품새, 격파를 포함해 태권도의 전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시범”이라며 “예전에는 해외에 나가 배경음악도 없이 태권도 동작만으로 1시간 이상을 채우고도 박수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국기원 시범단의 성시훈(37) 수석코치는 태권도 공인 6단에 국기원 시범경력만 17년이다. 성 코치는 “50개국 이상을 다녀 봤다. 1999년 아프리카에 갔는데, 한국은 몰라도 태권도는 알더라”며 “1일 공연은 독일에서 온 의사들이 관람했는데, ‘저런 기술을 습득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가 느껴져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줘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범에서 선보이는 고난도 기술 습득에는 보통 3∼4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단다. 기술을 완벽히 해내고 관객 앞에서 선보였을 때의 성취감이 큰 이유다.

‘태권도 시범단의 뿌리’라는 국기원 시범단만의 자부심도 있다. 1974년 창단된 국기원 시범단은 그동안 120여 개 국가를 순회하며 태권도를 알렸다. 2008년 이후 대한태권도협회 시범단과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만들어졌는데, 이들 단체 시범단도 모두 국기원 시범단 출신들이 주축이 돼 창설됐다.

국기원 시범단은 지난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이탈리아, 키르기스스탄 등 10개국을 방문했다. 올해는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맞춰 카타르에서 시범을 보인 데 이어 8월 캐나다를 찾았고, 하반기에도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에 시범단을 보낼 계획이다.

이번 ‘위대한 태권도’ 공연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세계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태권도 상설 공연이다.

프로그램도 충실하다. 1부 ‘리얼 태권도’에서는 태권도의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다. 기본동작, 품새, 격파, 호신술 등 일반적 시범 위주. 2∼3부는 무대 예술의 요소를 강화했다. 2부는 태권도 초기 여러 개의 ‘관’이 경쟁하던 시기를 상징하는 붉은색, 푸른색, 검은색 도복을 입은 3개 팀이 등장한다. 붉은 도복은 고공 격파 중심, 검은 도복은 품새 위주 등 특징에 맞는 동작을 선보이고, 각 팀의 대장이 대결을 벌인다. 각 관을 통합해 품새와 심사제도를 일원화한 게 국기원. 3부에서는 경쟁관계를 벗어나 국기원 태권도로 통합돼 똑같이 흰 도복을 입고 통일된 동작을 보여주며, 4부에는 관객이 참여해 간단한 동작을 배우고 격파도 해 보는 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특히 대중예술 공연을 지향하되 K-팝에 들어맞는 안무가 아니라, 무도답게 일정한 ‘선’을 유지하고 있다.

성 코치는 “안무 위주의 태권도가 한동안 활개를 쳤다”며 “정신수양이 무술 수련의 한 축인데, 이 부분이 너무 소홀해졌다. 국기원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확성, 무게감, 절도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갑 팀장은 “한류의 원조인 태권도 공연은 서울, 강남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김성훈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