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57조‘새 비목 설치’등
총지출 증가 엄격히 규정
재정건전성에도 악영향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를 발표하자마자 여야 정치권이 예산 증액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내년 4월에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회가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를 늘리는 것은 ‘국회는 국민의 부담을 늘릴 수 없다’는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2015년(본예산 기준) 기간 동안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늘어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2009년과 2010년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증액됐지만, 사업 예산으로 구성된 총지출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총수입의 변동 등 ‘특수 상황’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의 경우 종합부동산세 위헌 결정에 따른 환급 및 부동산 교부세 감소분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가 7600억 원 증가해 예산 규모가 다소 늘어났다.

2010년의 경우 이명박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세하려다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총수입이 늘어나 관련 법령에 따라 지방으로 내려가는 교부세가 1조2835억 원 증가해 전체 예산 규모가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의 경우에도 총지출은 각각 541억 원, 2481억 원 삭감됐다.

이처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총지출이 국회에서 늘어난 사례가 없는 것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는 국민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늘릴 수는 없다’는 헌법 정신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헌법 제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서 총지출을 늘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의할 경우, 그동안 정부는 지출 예산 항목의 금액을 조정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하는 데 동의해 왔다.

정부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출 예산 항목의 금액을 조정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하는 데 동의는 해왔지만, 헌법 제57조에 규정된 취지에 따라 정부가 편성한 예산의 총지출 규모를 증액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가 불문율(不文律)처럼 받아들인 것이 관행이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헌법 제57조에 규정된 정신은 국회가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를 늘릴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며 “국회가 총지출 규모를 삭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증액까지 할 수 있게 되면 부작용이 심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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